"총알배송 쓰지말자"..택배기사 잇단 죽음에 소비자도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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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부로 총알배송과 새벽배송이 없어질 때까지 택배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택배 기사들의 잇따른 사망과 이들의 장시간·밤샘 근무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면서 '더 빨리'를 외치는 택배업계에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씨는 "예전에는 택배가 일찍 도착하지 않아도 잘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갈아 넣는' 배송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게 무서워 더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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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저는 오늘부로 총알배송과 새벽배송이 없어질 때까지 택배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택배 기사들의 잇따른 사망과 이들의 장시간·밤샘 근무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면서 '더 빨리'를 외치는 택배업계에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부 물류업체와 온라인 쇼핑몰의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새벽에 갖다주는' 배송 서비스를 불매하겠다고 선언한 시민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최모(31)씨는 SNS에 공개적으로 '총알배송'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업체들이 경쟁하듯 문 앞에 갖다주고, 택배 기사들은 밤 10시에도 배달한 물건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내준다"며 "편리함 이면에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새벽배송 시스템을 애용해 왔다는 주부 심모(38)씨도 월정액을 내고 사용하는 배송 서비스를 최근 해지했다.
심씨는 "예전에는 택배가 일찍 도착하지 않아도 잘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갈아 넣는' 배송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게 무서워 더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택배기사를 혹사하는 건 기업인데 왜 소비자만 죄책감을 떠안아야 하냐'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며칠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새벽배송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이달 20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총알배송을 없애자고 제안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소비자가 마음을 바꿔 먹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바뀌어야 하는 건 소비자가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과 그를 용인하는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총알배송은 생존이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며 "괜히 기업에서 '로켓'이니 '새벽'이니 만들어서 노동자를 힘들게 했다"고 비판했다.
심야노동은 생체리듬 교란을 일으켜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노동계가 줄기차게 철폐해야 할 근무 형태로 꼽아 왔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Group 2A)'로 규정한다.
택배 노동자가 돈을 벌기 위해 야간노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건강 문제로 인한 손실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월간 노동리뷰' 5월호에서 '이윤추구형 야간노동 - 야간 배송기사 사례' 글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이고 기업의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이유로 야간배송 업무 확산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기업과 사회가 당장 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그 사회의 미래자원을 당겨 소비하며 갉아먹는 것뿐이기 때문"이라며 "야간노동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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