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 표명

고도예 기자 입력 2020. 10. 22. 21:15 수정 2020. 10. 2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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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56·사법연수원 24기)은 22일 검찰 내부망에 사직의 글을 올린 뒤 검사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어 "2005년 당시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다"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제 검사장으로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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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남부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 News1
“이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56·사법연수원 24기)은 22일 검찰 내부망에 사직의 글을 올린 뒤 검사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 지검장은 최근 사흘 동안 주변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하다”고 얘기해왔다고 한다.

박 지검장은 19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사실상 총 책임자가 됐다. 박 지검장은 올 3월 의정부지검장 재직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를 은행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기소했고, 올 8월 11일자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박 지검장은 22일 오전 9시 55분경 검찰 내부망에 올린 A4용지 4장 분량의 글에서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가족 관련 사건은 그동안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비판했다. 이어 “2005년 당시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다”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제 검사장으로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올해 초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한 사실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자신을 ‘추미애 사단’이라 일컫는 것을 두고 “또 하나의 정치검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지검장은 “정치적 고려 없이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했다.

● “수사지휘권 근거 없어”

라임 펀드 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야당 정치인의 로비 의혹,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지검장은 야당 정치인의 로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올 5월 전임 남부지검장이 정기 면담을 통해 검찰총장에 보고했고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올 8월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어 “(검사 술접대 의혹은) 이번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고,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윤 총장도 국정감사에서 “야당 정치인과 관련 검사장 직보를 받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욕을 먹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했고 안 그러면 가을 국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접대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은 “보도 10분 만에 남부지검장에게 철저히 수사해 접대 받은 사람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총장이 부실수사와 관련돼 있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라임 수사 책임자 “수사결과로 말하겠다” 댓글

박 지검장의 사직을 만류하는 댓글이 70개 넘게 달렸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평검사 때부터 20년 동안 보아왔기에 진정성을 믿습니다. 정치검사가 아니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라며 “사직의 뜻은 철회하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주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라임 수사 책임자인 김락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사 결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짧은 댓글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계속 불을 때면 언젠가 물이 끓어 넘치지 않겠습니까. 언젠가는 이 무도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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