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내가 사랑하는 10월마저 그냥 가게 둘 순 없어"

남지은 2020. 10.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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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클래식 콘서트 '10월의 어느 멋진 날' ]
인생 전환점 된 곡 브랜드화해 키워온 공연
"10월의 대표곡 올해 거의 못 불러 슬퍼"
예술의전당·한겨레 주최로 준비한 무대 펼쳐
"코로나로 몸·마음 지친 관객들에 선물..
제가 먼저 왈칵 눈물 쏟을지도 몰라요"
성악가 김동규. 예술의전당 제공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매년 10월이면 곳곳에서 들려오던 성악가 김동규의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의 후렴구다. 코로나19 탓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가 없었던 올해는 이 곡도 사라졌다. “올해는 거의 못 불렀네요. 매년 10월이면 하루 한번은 불렀던 곡이죠. 매일 공연이 있었으니까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동규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10월만이 아니에요. 매년 많게는 130회 정도 무대에 섰는데 올해는 공연을 많이 못 했어요. 성대는 생물이라 안 쓰면 노화되는데 말이죠. 노래를 못 하다니 너무 슬픈 일이에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화예술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3~9월 공연계 전체 매출은 771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1억여원)에 견줘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클래식은 지난해 75억여원에서 올해 18억여원, 오페라는 21억여원에서 8억여원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클래식 관계자들은 “국외 음악가의 내한이 취소되고,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을마저 그럴 순 없지 않나. 시인 방우달의 시구처럼 “울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계절”인 가을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인 가을마저 그냥 지나가게 둘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연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1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코로나로 불투명했죠.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관객에게 10월의 멋진 날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10월30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울려 퍼진다. 김동규와 떠나는 가을 여행인 클래식 콘서트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올해는 예술의전당과 <한겨레> 주최로 열린다. “제 평생 가장 소중한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성악가 김동규. 예술의전당 제공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김동규가 브랜드화한 공연이다. 이 곡을 수많은 성악가와 가수들이 따라 불렀지만 김동규만큼 맛을 살리는 이는 없다. 편하게 들리지만 음이 단번에 6~7도가 뛰는 까닭이다. 이 곡은 노르웨이 그룹 시크릿가든의 기악곡 ‘봄의 세레나데’에 가사를 붙여 ‘가을’ 노래로 만들었다. “듣는 순간 가을이 연상됐죠. 쓸쓸한 느낌이던 가을을 가장 행복한 계절로 만들어준 곡이에요.”

이 곡은 힘들 때 그를 끌어올려준 곡이자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준 곡이다. 그는 유럽에서 활동하던 시절 아내와 이혼 뒤 2000년 봄 한국에 와 스스로를 가두며 지냈다. 그러다 친분이 있던 진행자 김기덕의 제안으로 크로스오버 음악에 귀 기울였고, 그해 가을 <디투어> 음반에 이 곡이 수록됐다. “‘이 곡을 만들며 마음을 치유했고,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성악가로서 다시 힘을 내게 됐어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곡이죠. 이 곡이 제게 힘을 줬듯 코로나19로 지친 관객에게도 힘을 줄 거라 믿어요.”

이날 공연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에너지를 주는 곡들로 채워진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오 나의 사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오페라의 유령’ 등, 재즈·오페라 등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을 가장 잘 소화하는 바리톤인 그가 부르는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가 일품이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이트’를 부르는 등 특별한 무대도 준비했다. 그가 직접 <더 마스크 오브 조로>의 테마송에 가사를 붙인 곡도 만들었다. 재즈보컬리스트 고아라, 소프라노 김나영,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도 함께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가을’ ‘위로’라는 키워드 외에 친근한 김동규의 진가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김동규는 단독 공연에서는 조명부터 음악까지 챙기며 감독 역할을 직접 한다. 재즈, 클래식, 팝 등 장르에 따라 목소리와 악기를 달리하는 등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그는 “만날 때마다 아주 정성스러운 선물을 준비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킨다”고 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20년간의 이런 노력 끝에 완성한 대표적 콘텐츠다. “작은 상설 무대에서 1주일 동안 하루에 관객 100명씩을 만나는 공연도 하고 싶어요. 60살이 되면 수염을 깎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못 알아보시려나? 하하하.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음악인, 라디오·티브이에 꾸준히 출연해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온 음악인. “무대에 서면 관객보다 먼저 왈칵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는 그가 온 마음을 다해 선물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끽하시길.

예매·문의: 예술의전당 콜센터(02-580-1300), 누리집(sac.or.kr).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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