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문턱까지 간 '하이힐 신은 트럼프'..음모론 '큐어넌' 지지 논란
조지아주(州) 연방 하원의원 당선 유력
트럼프 대통령 "미래의 공화당 스타"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46·공화당)이 최근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조지아주(州)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될 것이 유력해지면서다.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린이 극우 음모론자 집단인 이른바 ‘큐어넌(QAnon)’의 신봉자라는 이유다. 그의 당선이 온라인상에 머물던 음모론 집단이 본격적으로 제도 정치권으로까지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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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음모론과의 전쟁 중
큐어넌은 2017년 10월, 극우 성향의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Q’라는 닉네임이 퍼뜨리는 음모론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정부 고위 공직자라며 정부 기밀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나온 Q와 익명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anonymous’를 조합해 큐어넌이 탄생했다.
큐어넌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대선후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같은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딥 스테이트(deep state·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권력집단)’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딥 스테이트는 인신매매조직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식인주의와 사탄을 숭배한다. 그리고 이와 맞서 싸우는 영웅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소통이 늘면서 이런 신종 음모론도 트위터·페이스북·틱톡 등 SNS를 통해 퍼졌고, 영향력도 커졌다. 이에 페이스북·유튜브 등이 큐어넌 관련 계정과 게시글을 규제하고 나섰지만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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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넌 신봉자 그린, 어떻게 의회 문턱까지 갔나
조지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마조리 그린은 사업가 출신으로, 2017년부터 여러 차례 큐어넌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그녀는 큐어넌을 탄생시킨 ‘Q’에 대해서도 “국가를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녀가 출마한 조지아주는 7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의 대다수가 미국인 중위소득 이하로, 85%가 백인인 곳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이 지역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75%. 뉴요커지는 “그녀는 의회에 갈 겁니다. 여기선 당신이 미키마우스가 됐건, 마조리 그린이 됐건 간에 공화당이기만 하면 되거든요”라는 한 주민의 말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모든 상황이 그린에게 호의적이다. 9월 초 민주당 후보 케빈 밴 어스달이 사퇴하며 경쟁자도 사라졌다. 민주당 캠프는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조지아주의 법에 따르면 후보 사퇴 이후 60일간은 새로운 후보를 선출할 수 없다. 어스달이 사퇴할 당시 선거는 이미 5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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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은 트럼프’
그녀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시민들은 대부분 같은 이유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심동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그녀가 조지아주 공화당 후보가 됐다는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리며 그린을 ‘미래의 공화당 스타’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그린은 최근 들어 부쩍 몸조심하는 분위기다. 당선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과격한 주장으로 당 안팎의 비난을 살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음모론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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