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갑질 의혹..매장 강탈 주장 피해자와 법정공방 예고

이성락 2020. 10.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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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부터 매장 강탈 및 강매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팩트 DB

공정위, 매장 강탈·강매 관련 롯데 조사 착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 전·현직 경영진이 입점 매장을 강탈 및 강매하는 등 수년간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롯데와 임대 계약을 체결해 일식점을 운영한 A 씨는 "장사가 잘되자 롯데 주요 경영진에게 매장을 빼앗겼고, 오히려 운영 계획이 없던 매장을 강압에 의해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는 "피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돼 조사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롯데 경영진 '지인 밀어주기'로 매장 강탈"

16일 <더팩트>가 확보한 A 씨의 공정위 제출 자료에 따르면 A 씨가 롯데로부터 강탈 및 강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매장은 총 여섯 곳이다. △롯데마트 잠실점 △롯데백화점 평촌점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백화점 수원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등이 대상이다. 이 중에서 강탈과 강매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밝힌 매장은 수원점과 이천점이다.

지난 1999년 퓨전 일식점 가맹 사업을 시작한 A 씨는 2011년부터 롯데 매장에 대해 가맹점 및 직영점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2012년으로, 매장 오픈 후 월 1억5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성과가 나오자 롯데 경영진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매장 강탈이 먼저 이뤄지며 롯데와 악연이 시작됐다"며 "매장을 강제로 빼앗은 건 롯데 경영진들이 사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상대적으로 롯데의 강압이 심했던 매장으로 구리점을 꼽았다. 이 사례에서는 과거 핵심 경영진이었던 인물과 현재도 롯데에서 큰 사업을 맡고 있는 부회장급 임원이 동시에 등장한다. A 씨는 "2012년 당시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전무급 임원이 부하 직원을 시켜 '부회장 지인이 구리점 가맹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며 "기존 계약을 깨뜨리게 되면서 사기 고소를 당하기도 했고, 위약금 2500만 원을 배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성락 기자

◆ "문제 매장 강매 요구…'을'은 따를 수밖에"

강매와 관련해 A 씨는 공정위 제출 자료에 "일부 가맹점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할 의사 및 능력이 없다고 수차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한 롯데 경영진의 강요·강압 탓에 매수하게 됐다"고 썼다. 특히 이천점과 수원점의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A 씨에 따르면 이천점은 2013년 당시 롯데 한 계열사 대표와 그 지인에 의해 매장을 빼앗겼다가 2014년 4월 계열사 대표가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자, 문제가 될 수 있는 매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매가 이뤄졌다. A 씨는 "이천점을 2014년 8월 계열사 대표의 지인으로부터 인수대금 4억1200만 원을 지급하고 인수하게 됐다. 자금 여력이 없었지만, 롯데의 압박이 굉장히 심했다"며 "돈을 지급하기 위해 고율의 사채를 이용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돼 추후 매장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수원점은 이천점과 마찬가지로 강탈과 강매가 동시에 이뤄진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A 씨는 "수원점도 계열사 대표 구속과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롯데 측으로부터 강매를 요구받았다. 관련자들과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급히 임차인 변경에 나선 것"이라며 "당시 롯데는 우리 회사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받지 않은 채로 수원점 입점을 허가하는 등 굉장히 급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A 씨는 이러한 피해 사례와 관련해 "롯데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열 개 이상의 매장을 개점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는 시점에서 이른바 '갑'인 롯데 측 요구를 받아들여야 향후 임대 계약 연장 등을 통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A 씨는 롯데 측이 합의에 나선 것 자체가 갑질 행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A 씨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매장 내부. /A 씨 제공

◆ "갑질 아니라면 롯데가 왜 합의에 나섰을까?"

A 씨는 롯데 갑질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만한 녹취록 등을 증거 자료로 봐달라며 공정위에 제출했다.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증거 대부분은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A 씨와 롯데 측의 합의 과정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이다.

먼저 2016년 1차 합의 과정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매장의 문을 닫은 A 씨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이천점·수원점)을 제기했다. 장사하지 않을 거면 다른 매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아예 자리를 빼라는 것이다. 결과는 롯데의 승소였다. 하지만 A 씨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해당 매장을 권리금을 받고 넘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롯데쇼핑의 약속을 받아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는 "법정에서 '동의한다'라고만 하면 된다" 등 당시 롯데 법무팀 담당자와 A 씨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용 등이 담겼다.

이후 A 씨는 수원점을 2억 원의 권리금을 받고 팔았다. 이천점의 경우 팔리지 않아 매장을 지속 비워두자 롯데쇼핑이 2017년 9월 철거해버렸고, 이에 항의하는 A 씨에게 롯데쇼핑이 다시 3억 원의 손해금을 지급하면서 1차 합의가 이뤄졌다고 A 씨는 설명했다. A 씨는 "승소한 롯데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철거하는 것도 사실상 자기들 마음인데, 3억 원의 손해금을 왜 지급했겠느냐. 롯데도 내부적으로 갑질에 대한 부분을 인정해 (A 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며 "3억 원은 '갑질 피해 보상'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경품에 당첨돼 지급했다는 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A 씨와 롯데 측의 2차 합의는 최근 이뤄졌다. 정확한 피해 보상을 원한 A 씨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롯데 측으로부터 합의 제안이 왔다. A 씨가 제시한 녹취록에는 부회장과 만남을 요구하는 A 씨와 곤란하다는 입장인 롯데쇼핑 담당자의 이야기, 합의를 위해 롯데 임원진들이 해당 사안을 놓고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 등이 담겼다.

아울러 A 씨는 롯데쇼핑이 2019년 10월 실시한 자체 조사를 통해 갑질 범죄 행위에 대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녹취록에 나온 롯데 임원진들의 회의 역시 '갑질 행위가 맞는 것 같다'는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올해 초 법원 조정을 통한 2차 합의에서 롯데 측으로부터 13억 원을 받았다.

A 씨가 롯데에 요구하고 있는 추가 피해 보상 금액은 40억 원이다. 이는 A 씨가 계산한 매장 투자액과 손해액에서 1·2차 합의금을 뺀 수치다. A 씨는 "롯데의 강탈과 강매로 인해 발생한 손해금 모두 받아내고, 사과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A 씨의 피해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지난 6월 조사에 착수했다. /더팩트 DB

◆ 공정위로 넘어간 공…롯데 "을의 갑질로 판단"

공정위는 지난 6월 A 씨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식 사건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경과를 묻는 <더팩트> 취재진에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다. A 씨 주장이 인정되면 위원회로 상정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종결 처리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롯데는 A 씨가 주장하는 갑질 피해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다. A 씨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을의 갑질'로 규정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 씨와 합의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갑질 행위는 없었지만,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이슈화하려는 점이 회사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러워 합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지난 2017년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한 전력이 있었으나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종결된 건"이라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이의나 민원제기 등은 법원 결정에 위반되는 행위로 형사상으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는 사항이어서 향후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올해 안에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A 씨는 "지금까지 16억 원을 합의해준 것만 봐도 롯데가 사실상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기업이 아무 문제도 없는데 개인에게 16억 원이나 피해 보상을 해주느냐"며 "롯데는 합의 과정에서도 다른 범죄 행위를 수차례 저질렀다. 검찰 고소 때 모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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