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스페셜 매치'에 숨겨진 아픈 현실
[스포츠경향]
한국축구에선 올해 ‘내전’이 대세가 됐다.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옛말대로 남자축구의 스페셜 매치가 막을 내린 12일 여자축구의 맞대결도 발표됐다. 여자축구대표팀과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의 스페셜 매치 속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 파주스타디움에서 허정재 감독의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친선전을 치른다”고 밝혔다.
협회가 집안 싸움을 연달아 추진하는 원인은 올해 실종된 A매치(축구국가대항전)에 있다.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코로나19 확산에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내년으로 연기됐고, 벨 감독 역시 내년 중국과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다퉈야 한다. A매치 성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기량 검증 무대를 내부에서 찾은 셈이다. 벨 감독은 8개월 만에 소집에서 안지혜(화천KSPO)와 서지연(경주한수원), 문은주(대덕대)라는 새 얼굴을 발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스페셜 매치를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한다. 협회가 올해 책정한 예산은 963억원. A매치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을 감안한 자체 수입 633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A매치가 실종되면서 수입이 급감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매년 A매치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때 기대되는 금액(중계권 및 입장료 수익)이 있다”면서 “이 금액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 협회 사업계획 결산 자료에 따르면 중계권과 입장료 수익은 각각 102억원과 83억 3400만원에 달했다.
협회가 지난 4월 임원과 직원, 그리고 남녀대표팀 감독의 동의를 걸쳐 급여 일부를 삭감한 배경이다. 그리고 이달부터는 3단계 비상 시나리오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전직원의 단축 근무에 돌입했다. 협회는 이 조치에 따라 평균 임금의 17%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금 삭감에도 부족한 금액은 비용을 줄이는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출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요청해 충당하기로 했다.
실종된 A매치는 협회 수입의 또 다른 축인 공식 후원사(파트너) 수익도 흔들고 있다. 협회는 거액의 후원금을 받는 대신 남녀 한국축구대표팀과 연령별 각급 대표팀의 유니폼과 경기장 A보드 등을 통해 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후원사 수익은 311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해 협회 주관 5경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부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스페셜 매치 개최와 벤투호의 11월 유럽 원정 A매치 2경기를 묶어 5경기를 채웠다. 다행히 일부 스폰서를 제외하면 후원금 지급 시기를 늦출 뿐 별 다른 불만 제기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원사들은 대부분 10년에서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곳들”이라면서 “코로나19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서로 잘 알고 있다. 스페셜 매치는 협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달라”고 전했다.
고양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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