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체납 100만명 넘어.. 코로나에 '파탄 벼랑' 몰린 서민들

박준석 2020. 10.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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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매장을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상인들이 가게를 내놔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공실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명동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자영업 경기가 가라앉으며 이태원과 홍익대 주변 등 서울 핵심 상권에 ‘빈 상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료와 수도료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 ‘위기 가구’도 20% 이상 급증했다. 본격적인 사회 생활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실직을 경험하며 실업급여 수급자가 된 청년들도 속출하고 있다. 2020년 국정감사 자료로 확인되는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의 우울한 풍경이다.

이태원 상가 공실률 15%로 치솟아

12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감정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표본 보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2층 이하ㆍ연면적 330㎡ 이하)의 평균 공실률은 4.2%였다.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지난해 4분기(3.9%)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서울 광화문과 이태원 등 주요 상권에서 ‘빈 가게’가 급증했다. 이국적 분위기로 서울 내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이태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0.0%에서 올해 2분기 15.2%로 치솟았다. 이 기간 강북권 최대 오피스 밀집 지역인 광화문(0.7→4.3%)과 술집과 상점이 밀집한 홍대ㆍ합정(7.3→9.9%) 지역에서도 상권이 악화됐다. 강남에서는 비즈니스 중심지인 테헤란로(1.8→9.2%)를 중심으로 찬바람이 불었다.

25일 국회 앞에서 진보당이 21대 국회의원 상가 보유 현황 및 건물주 국회의원 상가 임대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날 “통상 주요 상권은 경기가 부진해도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위해 빚으로 월세를 메우며 버티기 때문에 공실이 많지 않다”며 “그런데도 빈 상가가 늘고 있는 건 상인들이 권리금 회수를 포기하고 장사를 접을 만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상가 전문가는 “핵심 상권은 임차인이 들어왔다 나가는 거래회전이 빠르기에 공실률이 5% 안팎에 달하면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라며 “몇 년 새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 전반적인 내수침체, 높은 임대료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가 절대적인 상권 악화의 요인”이라고 했다.

전기료, 수도료, 월세도 못 내는 위기가구.
공공임대주택 월세 밀린 가구 2배↑

코로나19는 저소득층의 생계 기반도 흔들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기료를 내지 못한 사람은 101만1,905명으로 1년 전(78만5,898명)보다 28.8%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료를 내지 못해 단수가 된 사람도 8,990명에서 1만801명으로 20.1% 증가했다. 공공임대주택 월세를 체납한 사람 역시 지난해 6만9,563명에서 올해 14만2,558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소극적이었다. 복지부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으로부터 가구별 단전, 단수 등의 정보를 받아 이처럼 기본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약 21만 가구(8월 기준)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중 38.4%만이 긴급복지와 같은 공공 지원을 받았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공공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13일째인 9월 1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의 거리에서 폐기물 수거업체 직원들이 폐업한 점포에서 꺼낸 주방용품을 차에 싣고 있다.자영업자 5명 중 3명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권 기자
20대 실업급여 수급자도 25% 증가

코로나19 충격은 청년 세대에 훨씬 가혹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 받은 ‘연령대별 구직급여 지급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구직급여를 받은 20대 이하 수급자는 21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했다. 이는 30대(11.5%) 40대(14.5%) 50대(17.7%) 등 다른 연령대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역시 청년층 일자리가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 주점 등 서비스 업종이 코로나19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청년 실업의 여파는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학자금 대출 미상환 누적 인원은 3만5,000명(418억원)이다. 이중 올해 1~6월 사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신규 미상환 인원은 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신규 미상환 규모(1만5,000명)에 근접한 것이다. 유 의원은 “학자금 채무자 급증은 취업 후 실직한 인원이 증가했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대출 상환조차 어려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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