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온 영상마다 대박..너는 누구냐-피자·치킨 반값..'네고왕'에 빠진 외식업계

박지영 2020. 10. 12. 17: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충주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25)는 최근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다. 연예인 황광희가 진행하는 ‘네고왕’이라는 웹예능(웹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A씨는 “영상을 보고 난 뒤에 BBQ와 반올림피자샵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며 “특히 사장의 모습이 유쾌하고 가격을 확 깎아주는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 마포구에 사는 B씨(27)는 네고왕을 보고 시켜 먹지 않아도 되는 치킨을 주문했다. 평소보다 가격이 저렴해서다.

“영상을 보니 할인이 많이 돼서 얼른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배달앱으로 자주 시켜 먹는데, 이번에는 네고왕에서 안내된 내용대로 자체 앱을 통해 치킨을 사 먹었다”고 말한다. 중구에 사는 C씨(27)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처음에 네고왕을 보고 배달앱에서도 적용되는 이벤트인지 먼저 확인해봤다. 그런데 자체 앱을 쓰라고 해서 자체 앱을 통해 치킨을 시켰다”고 말한다.

‘네고왕’.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웹예능이 외식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올라오는 영상 길이는 한 편당 15분 내외. ‘황광희’가 시민 대표로 소비자 후기를 모아 본사에 소비자 요청 사항을 ‘네고(negotiation·협상)’하러 간다. 치킨 프랜차이즈, 무한리필 갈비 전문점, 피자 프랜차이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본사 등을 방문해 소비자와 가맹점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할인 프로모션을 받아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금까지 올라온 8개 영상 모두 ‘대박’이 났다. 레드오션인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매회마다 최소 300만에 달하는 조회 수를 내고 있다. 10월 7일 기준으로 누적 조회 수 3300만회를 돌파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영상은 첫 화인 치킨 프랜차이즈 ‘BBQ’편이다.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직접 출연한 이 에피소드는 10월 7일 기준 7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BBQ 에피소드 조회 수 500만뷰를 달성하면 광희를 BBQ 모델로 쓰겠다’는 공약을 실천하는 특별편 ‘치킨왕 리매치’도 3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어느 회사든 대표를 직접 만나 가격을 ‘네고’하는 내용의 웹예능 ‘네고왕’이 화제다. <이지엔이네트웍스 제공, 달라스튜디오 ‘네고왕’ 영상 캡쳐>

▶외식업계는 왜 ‘네고왕’에 빠졌나

▷맞춤형 홍보 효과·MZ세대 참여

사실 네고왕에 출연한 업체는 마이너스 수익을 내거나 접속자 폭주로 홈페이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BBQ 관계자는 “이 정도 할인율을 본사가 100% 부담하면 당연히 마이너스 수익이 난다. 큰 비용이 지출됐다”고 말한다. “특히, 촬영 당일날 7000원까지 할인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사전에 협의된 내용은 아니었음을 귀띔했다. BBQ는 네고왕과 협업해 기존 1만8000원에 판매하던 ‘황금 올리브 치킨’을 7000원 할인해 사이드 메뉴인 치즈볼까지 2개 얹어주는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네고왕 5화와 6화에 각각 출연한 하겐다즈와 반올림피자샵은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마비되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기업들이 ‘네고왕 마케팅’을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상황 속에서도 홍보 효과를 누리고, 유튜브의 주 시청자 층인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어서다. 또 배달앱 대신 자체 앱으로 수요층을 유도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공개된 영상에서 한 달간 전국 편의점,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2+1 행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가격대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 소통’을 네고왕 출연 계기로 꼽았다. 하겐다즈 관계자는 “네고왕과 협업하며 기존 대비 주문량이 30배 이상 늘어났다. 또 프로그램에 실제로 나온 제품들이 빠르게 품절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반올림피자샵 역시 네고왕의 파급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윤성원 반올림피자샵 대표는 “네고왕 방송이 나가기 전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했는데, 그래도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반올림피자샵의 경우 대구의 지역 브랜드에서 단숨에 전국구 피자 브랜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BBQ는 자체 앱을 홍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네시스BBQ 관계자는 “가맹점주 중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앱 대신 사용할 수 있는 BBQ 자체 앱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체 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네고왕에 출연하게 됐는데 방송 의도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다. 8월 12일 ‘네고왕-BBQ편’이 처음 방송된 후 5일 만에 BBQ의 자체 배달앱은 구글 앱스토어에서 인기 앱·게임 1위를 차지했다. 가입자 수도 수직 상승했다. 30만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할인 이벤트 종료 후 250만명을 돌파했다.

▶고도화된 가격 할인 마케팅

▷이제는 광고도 예능처럼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네고왕을 통해 고도화된 가격 할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동시에 재미 요소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으로 광고 효과를 누린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고왕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 “일종의 고도화된 가격 할인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고 또 사전에 합의가 된 사항이라는 점에서다.

서 교수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가성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젊은 층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가·특판 프로모션이 나오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유튜브라는 파급력 높은 채널에서 셀러브리티가 나오는 요소 또한 MZ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네고왕에 출연하는 기업의 경우 단기간에 매출이 늘어나고 수요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즉, 새로운 수요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동영상을 문자보다 선호한다. 또 네고왕 같은 경우에는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토대로 광고를 예능처럼 만드는 것 같다. 같은 광고 효과라도 예능 프로그램처럼 만들어 재미 요소를 넣으면 MZ세대의 취향에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고왕 만든 달라스튜디오는 어디?

유튜브 스타 PD가 직접 기획·연출

연예인 황광희가 출연하는 ‘네고왕’, 가수 유노윤호가 출연하는 ‘발명왕’ 웹예능은 달라스튜디오 채널을 통해 매주 공개된다. 달라스튜디오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 에이앤이네트웍스(A+E네트웍스)가 설립한 유튜브 채널로 고동완 PD가 기획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동완 PD는 유튜브 영상 제작을 주로 하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잔뼈가 굵다. 특히 장성규 아나운서가 여러 직업을 체험하는 내용의 웹예능 ‘워크맨’의 파격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유튜브 스타 PD였던 그가 올해 에이앤이네트웍스로 이적하며 달라스튜디오의 기획을 맡았다.

에이앤이네트웍스는 ‘미디어 공룡’으로 불린다. 1984년 미국 디즈니와 허스트사의 합작으로 설립돼 현재 200개 이상의 지역에서 87개의 채널에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인 달라스튜디오를 비롯해 히스토리, 라이프타임 등의 채널을 운영하며 TV와 디지털 채널 모두에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특히 ‘편의점 샛별이’는 에이앤이네트웍스에서 첫 제작 투자한 한국 드라마다. 글로벌 콘텐츠 공급에 익숙한 만큼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평가다. 에이앤이네트웍스에서 투자한 ‘편의점 샛별이’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서 전 세계 동시 방송을 진행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9호 (2020.10.14~10.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