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회사 회장 딸 출연으로 화제 됐지만, 아쉬움만 가득

김상화 입력 2020. 10.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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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파일럿 예능 리뷰] 랜선·언택트 환경 속 신규 프로 각축.. 승자는?

[김상화 기자]

모처럼 다양한 예능들이 2020년 추석 연휴를 풍성하게 채워줬다. 한동안 실종 상태에 놓였던 파일럿 또는 신규 예능들이 속속 등장한 데 이어 각 방송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특집 일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튜브, 모바일의 위협에 어려움을 겪던 TV 매체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나훈아가 평정한 추석 트로트 예능 
 
 KBS 뉴스프로그램(뉴스광장)을 통해 소개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편성 소식
ⓒ KBS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성공에 힘입어 TV조선은 아예 별도의 시상식 <2020 트롯어워즈>(닐슨 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22.4%)을 마련했다. MBC <트로트의 민족>(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0.7%)은 본격 방송에 앞서 '추석 특별판'이라는 이름 하에 맛보기 형식으로 참가자들을 공개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각 두 자릿수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트로트=시청률 치트키'라는 흥행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KBS, 아니 '트로트의 전설' 나훈아가 그 주인공이다.

KBS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9월30일 방영)는 지상파 예능으로는 보기 드물게 29%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시보기 서비스 공개 없고 재방송도 없다"는 초유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일 편성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방송 역시 평균 시청률 18.7%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연 중 나훈아가 언급한 단어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등장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의미 심장한 멘트는 정치권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2020 트롯어워즈>는 추석 당일 저녁 시간에 적합한 소재로 많은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에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몰아주기 시상 등 기존 시상식의 폐해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한계도 드러내 아쉬움을 자아냈다.

<트로트의 민족>은 그동안 <위대한 탄생>, <언더나인틴> 등 TV 오디션 흑역사를 벗어나지 못했던 MBC의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각 지역별로 나눠진 참가자들간의 신명나는 단체전 대결은 명절 분위기에 걸맞은 즐거움을 만들어냈다. 또, 눈 여겨볼 만한 우승 후보급 참가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음을 부각시켜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키웠다.  

라면 파일럿 맞대결... 정규 편성은 '글쎄'
 
 SBS(라면당기는시간), MBC(볼빨간라면연구소)는 공교롭게도 라면 소재 파일럿 예능을 동시에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 SBS,MBC
 
올해 추석을 맞아 등장한 파일럿 예능에선 SBS와 MBC가 라면을 소재로 <라면 당기는 시간>, <볼빨간 라면 연구소>를 등장시켜 눈길을 모았다. <라면 당기는 시간>은 2팀으로 나뉜 연예인들이 각각 마련한 독특한 레시피로 라면을 조리하고 이를 맛본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방송에 소개된 조리법은 일선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최근 어려움에 처한 요식업 자영업자들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공익적 측면도 부각시켰다. 반면 <볼빨간 라면 연구소>는 5명으로 구성된 연예인 심사위원들이 일반인 참가자들의 각 가정을 방문해 라면 맛을 보고, 평가에서 전원 O표를 받으면 연구 격려금 100만 원을 획득하는 방식을 택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대세 예능인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모았지만 향후 정규 편성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라면 당기는 시간>은 기존 KBS <편스토랑>을 연상시킬 만큼 독특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상품으로의 제작(편스토랑)과 레시피 무상 공개라는 방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참가 연예인이 조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요리 고수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최종 대결에 임하는 과정 자체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다. 

라면회사 회장 딸(식품 전문업체 오뚜기 장녀 함연지)이 출연해 화제를 낳은 <볼빨간 라면 연구소>도 확실한 강점을 제시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일반인 혹은 연예인 참가자들이 만든 라면을 심사 평가한다는 기본 틀은 과거 '꼬꼬면'을 탄생시켰던 2011년 KBS <남자의 자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라면이라는 단일 요리 하나로만 국한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밖에 각 지역 특산물의 판로 개척을 위해 연예인들이 직접 인터넷 판매에 뛰어든 KBS <랜선장터-보는 날이 장날> 역시 이미 유사 소재를 선점한 SBS <맛남의 광장>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반면 1990년대 인기가요를 요즘 10대들이 재해석해 경연을 펼치는 KBS의 <전교톱10>(3일 방영, 2회차부터 매주 월요일 밤 정규 편성)은 '또 음악 오디션 프로인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참가자들의 대거 등장에 힘입어 향후 진행될 경연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전통의 명절 특집 아육대, e스포츠+반려견으로 변화 모색
 
 MBC가 추석특집으로 마련한 '아이돌e스포츠선수권대회', '아이돌 멍멍 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 MBC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설날과 추석 연휴 MBC의 인기 예능은 단연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아육대)였다. 춤과 노래 못잖게 각종 스포츠에도 능통한 아이돌 스타를 배출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장기간 지속에 따른 부작용이 연이어 발생했다.참가자들의 연이은 부상과 일부 그룹과 멤버에만 집중한 편집, 강압적인 관중석 통제 등의 논란을 야기했고 화제성까지 급락하는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반인 관람 및 대규모 인력 동원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돌파구로 MBC가 마련한 것은 <아이돌 e스포츠선수권대회>와 <아이돌 멍멍선수권대회>였다. 

비록 시청률 자체는 각각 2~3%대로 지난 설에 방영된 아육대의 5%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기존 천편일률적인 진행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아이돌 e스포츠선수권대회>의 경우, 종목 특성상 인기 모바일 게임 및 휴대폰 신제품의 PPL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e스포츠 기준) 광고주 확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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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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