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어라" '노블레스' 작가가 밝힌 '애니메이션' 뒷얘기

강경루 2020. 10.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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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 연 '노블레스' 7일 TV 애니메이션 공개.. "K웹툰 무한한 가능성"
'노블레스'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76화 마지막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2009년 3월 3일 업로드 된 네이버웹툰 ‘노블레스’(글 손제호, 그림 이광수) 76화. 이 회차 대미를 장식한 이른바 “꿇어라” 신은 웹툰이 생소한 이들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820년 만에 깨어난 최강의 귀족 라이. 고등학생으로 지내던 그는 숨겨진 힘을 개방해 친구들을 위기에 빠뜨린 적 제이크를 단번에 무릎 꿇리곤 이렇게 읊조렸다. 이 한마디로 당시 ‘노블레스’는 네이버웹툰 요일별 순위 1위로 치솟았다. 온라인에는 라이의 힘에 매료된 팬들의 각양각색 “꿇어라” 패러디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장면을 보며 향수를 곱씹는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노블레스’라는 장르를 열다
웹툰 '노블레스' 손제호 작가. 네이버웹툰 제공

2007년 12월 30일부터 2019년 1월 7일까지 총 544화(에필로그 1화 포함)가 연재된 ‘노블레스’는 현재까지 세계 누적 조회 수가 46억회에 달하는 ‘대작’이다. 일상물 겸 학원물에 특유의 유머 감각과 화려한 뱀파이어 판타지를 버무린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 작품은 당시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 ‘마음의 소리’ 등 일상물 강세의 웹툰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판타지가 지금의 웹툰 주류 장르로 자리 잡는 데도 이바지했다.

손제호(43) 작가는 최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블레스’는 시작 당시만 해도 비주류 장르였다. 타이틀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판타지와 현실성을 조화하려는 연구를 거듭했다”면서 “또 웹툰 시장이 변화하면서 당시에는 드물던 현대 판타지물 ‘노블레스’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웹툰 '노블레스' 이광수 작가. 네이버웹툰 제공

굵직한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이 ‘노블레스’는 우연히 시작됐고, 이내 두 작가에게 운명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0살 무렵부터 영화·애니메이션·만화·소설을 만드는 창작자를 꿈꾼 손 작가는 인터넷에 연재하던 판타지 소설 ‘비커즈’가 호응을 얻으면서 2004년 작가로서 첫발을 뗐다.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꿈을 품고 만화에 매진했던 이광수(39) 작가는 당시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손 작가를 만났다. 만화를 좋아하던 손 작가와 ‘비커즈’를 인상 깊게 본 이 작가는 금세 가까워졌다.

손 작가는 “처음에는 일과 무관하게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당시 구상하던 학원물을 틀어 디테일한 스토리를 더한 게 지금의 ‘노블레스’가 됐고, 웹툰 작가로서 시작점이 됐다”고 떠올렸다. ‘노블레스‘가 공식 데뷔작인 이 작가는 “‘노블레스’를 연재한 10년은 작가로서는 물론이고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며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준 작품으로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프로덕션 I.G 제작, 크런치롤 유통 “제작사 큰 열의”

애니메이션 '노블레스' 이미지. 네이버웹툰 제공

‘노블레스’가 최근 팬들 사이에 또 한 번 화제 몰이 중인 이유는 오는 7일 원작을 다듬은 TV 애니메이션이 유럽과 미국·일본 등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앞서 ‘노블레스’와 함께 네이버웹툰 ‘판타지 3대장’으로 불리는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애니메이션이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터라 관심이 뜨겁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크런치롤이 투자·유통사로, SF물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프로덕션 I.G가 제작사로 참여했다.

2016년 공개된 프로모션용 한일 합작 비디오 애니메이션 ‘노블레스: Awakening’ 제작을 맡았던 프로덕션 I.G는 당시부터 후속 시리즈에 큰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손 작가는 “단편 제작 당시 후속편 언급이 없었음에도 뒤에 나올 캐릭터까지 미리 준비해놓을 만큼 적극적이었다”며 “제작사가 다듬은 스토리에 원작자로서 의견을 덧댔고, 제작사와 네이버웹툰은 수차례 미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학원물 베이스에 능력물 장르를 가미한 ‘노블레스’는 일본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장르인 데다 비디오 애니메이션이 앞서 공개됐던 만큼 현지 기대가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 김재중이 부른 애니메이션 OST 오프닝곡을 일본 록밴드 라르크 앙 씨엘 멤버 HYDE(하이도)가 프로듀싱했고, 엔딩곡에는 그룹 오마이걸이 참여했다.

웹툰 '노블레스'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이번 13부작 애니메이션에는 원작 기준 제이크 이후인 시즌2(93~154화)부터 시즌3(155~200화)까지 100여편이 담긴다. 작가진은 속도감과 생동감을 애니메이션의 매력으로 꼽았다. 이 작가는 “원작을 압축해 빠른 흐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최대 장점”이라며 “10년 연재된 ‘노블레스’는 처음 접하는 팬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작품인데 이번 기회로 그런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선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며 얻은 확신도 더해졌다. 웹툰 연재 당시 귀족들의 고풍스러운 외연과 박진감 넘치는 작화로 호평받은 이 작가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에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까지 덧씌워진 애니메이션은 작가로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면서 “이번 애니메이션에 담긴 에피소드는 캐릭터 사이의 갈등과 매력이 잘 드러나 있어 특히 재밌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K웹툰 무한한 가능성 갖춘 시장”

웹툰 '노블레스'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노블레스’를 비롯해 네이버웹툰·다음웹툰 등의 올해 IP(지식재산권) 거래액은 세계적으로 1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웹툰이 낯설던 10여년 전부터 ‘K웹툰’이 날개를 단 현재까지의 역사를 함께한 ‘노블레스’는 한국 웹툰 시장 토양을 함께 일군 작품인 셈이다. 손 작가와 이 작가는 2012년부터 판타지의 외연 확장을 꾀한 또 다른 신작 ‘어빌리티’를 연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 웹툰 시장 중심에서 활약한 두 작가가 느낀 ‘K웹툰’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두 작가는 “작품의 다양성, 자유로운 창작 환경, 쉬운 접근성, 독자의 신속한 피드백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게 한국 웹툰 시장의 구조적 특징”이라며 “이런 특성 덕분에 한국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라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작품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모바일 시대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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