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김동엽의 꿈 "야구인생 끝까지 파란 양말 신고 싶다"
삼성에 오랜만에 나타난 거포
삼성 라이온즈는 전통적으로 이만수·양준혁·이승엽 등 홈런으로 말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색깔을 잃어버렸다. 올 시즌엔 108개로 팀 홈런 순위에서 8위다. 삼성의 홈 구장 라이온즈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임을 감안할 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이제 삼성 팬들도 ‘우리도 거포가 있다’고 자랑할 만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경기를 준비하는 ‘성실의 대명사’ 김동엽(30)이 최근 매서운 장타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은 1일 KT전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9월 타율 0.372, 장타율 0.593, 5홈런 20타점의 상승세를 10월 첫날에도 이어간 것이다.
김동엽은 0-1로 뒤진 2회말 상대 투수 데스파이네로부터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시즌 16호 홈런.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1-1로 맞선 4회말엔 투런 홈런으로 3-1 리드를 만들었다. 연타석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김동엽은 4-1로 앞선 5회말에도 적시타를 치며 팔카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삼성은 KT를 7대6으로 물리쳤는데 김동엽이 만들어낸 점수가 4점이었다.
김동엽의 올 시즌 성적은 어느새 타율 0.310, 17홈런 60타점이 됐다. 볼넷을 많이 고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출루율(0.345)이 좀 아쉽긴 하지만 장타율(0.515)이 좋아 OPS가 0.860이다.
김동엽은 SK 시절인 2018시즌 27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교함이 부족해 타율이 0.252에 그쳤다. 삼진은 108개인 반면 볼넷이 17개로 ‘공갈포’라는 얘기도 들었다.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2019시즌엔 홈런도 터지지 않았다. 반발 계수가 줄어든 공인구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였다. 홈런이 단 6개에 그쳤다.
트레이드로 삼성에 올 당시 김동엽은 엠스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야구 인생 마지막까지 파란 양말을 신었으면 좋겠다”며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에선 파란 양말과 파란 유니폼을 입고 ‘해피엔딩’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엽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빨간 양말을 신다가 파란 양말로 바꾼 경험이 있다. 북일고의 빨간 양말(김동엽이 뛰던 당시엔 북일고가 지금의 오렌지색이 아닌 하얀색 유니폼에 빨간 양말을 신었다)을 신었던 그는 졸업 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파란 양말을 신었다. 하지만 가자마자 어깨 수술을 받는 등 컵스에선 고생 끝에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파란 양말에 대한 기억이 좋을 리가 없는 김동엽이 빨간 양말의 SK에서 파란 양말의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이런 소망을 밝힌 것이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김동엽과 파란 양말은 ‘악연’처럼 보였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에 임했지만 6월엔 홈런이 하나도 없었고, 7월엔 한 개에 그쳤다. 타격 기복으로 두 차례 2군에 다녀왔다.
김동엽이 살아난 것은 8월부터. 크로스 스탠스 자세를 버리고 앞발을 바깥쪽으로 놓고 때리는 오픈 스탠스를 취하자 타격이 좋아졌다. 오픈 스탠스로 바꾸면서 공이 잘 보이기 시작했고, 콘택트 능력도 향상됐다.
김동엽은 8월 4홈런 8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더니 9월엔 5홈런 20타점으로 폭발했다. 10월의 첫날에도 홈런 두 방으로 기분 좋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은 올 시즌 8위를 달리며 ‘가을 야구’와는 멀어진 모양새다. 그나마 김동엽의 활약이 삼성 팬들을 웃게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습 벌레로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김동엽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삼성 팬들은 언젠가 파란 양말의 리그 홈런왕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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