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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국 재판 ‘유재수 사표' 진실이 중요한 이유

사표 처리 여부 놓고 조국·백원우와 증인들의 엇갈린 발언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의·평가·고민 필요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0-09-30 07:00 송고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뉴스1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뉴스1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재판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사표가 재판 쟁점으로 계속 떠오르고 있다.
피고인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측은 유 전 부시장이 잠적한 상황에서 강제수사권한이 없어 더이상 감찰 진행이 불가능해져 사표를 받는 선에서 정리를 하기로 한 뒤 감찰을 종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득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진 않았다. 수사권이 없는 특감반 입장에서는 잠적해버린 유 전 부시장를 강제로 체포해 감찰을 진행할 수도 없어,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사표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다음이 문제다. 이후 재판에 나온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감사담당관, 인사과장 모두 "유재수 사표 처리하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증언을 했다. 특감반에는 "사표를 받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하고, 실제로 사표처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그저 김용범 당시 부위원장이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대부분 내용은 클리어됐는데, 일부가 해소가 안 됐다. 인사에 참고하라"며 "(유재수가) 금융정책국장 자리에 계속 있기는 어렵겠다"고만 들은 사실이 있었다고 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조 전 장관, 백 전 비서관 측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말을 듣고도 자체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금융위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해 증언이 사실임을 전제하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이 김 전 부위원장에게 한 말이 공공기관의 공식통보로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렇게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공식통보라고 평가하려면 청와대가 금융위에 '유재수가 감찰 받는 도중 잠적해 감찰 진행이 불가능하다. 의혹은 이러저러하다. 금융위 차원에서 감찰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는 내용이 전달됐어야 하지 않을까.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백 전 비서관과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의 구명운동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한 것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백 전 비서관의 저 말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으라는 말이 아닌 오히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내부 감찰이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든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4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불응해 합법적 감찰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어 감찰을 종료한 뒤 대상자의 사표를 받도록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실상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설명과 반대되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기자들은 지난 11일 재판에 출석하는 조 전 장관에게 "김 전 부위원장이 '사표 수리 들은 바 없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물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일희일비 않고 지치지 않으며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만 던진 채 질문에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더이상 감찰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 청와대가 사표를 받고 정책국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 것일까, 사표는 핑계였을 뿐 유 전 부시장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게 조치를 취한 뒤 다른 자리로 옮길 시간을 벌어준 것일까.

전자라면 청와대가 비리 의혹 공무원을 사표를 받고 물러나게만 하는 것이 맞는지, 후자라면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을 권력자들이 비호하려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법적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시민사회는 밝혀지는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하고도 냉철한 논의와 평가,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책임자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제도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

이 글에서 피고인들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등 법리적인 관점,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은 이유다. 만약 시민사회가 제대로 된 논의와 평가, 고민 없이 재판 결과에만 매달리게 된다면 이번 사건은 정치적 상흔만 우리 사회에 남기게 되는, 또 하나의 최악의 사례로만 남게 될 것이다.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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