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밤' 양동근, 제2의 도약 꿈꾸는 힙합 대디 [인터뷰]

박상후 기자 2020. 9.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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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힙합 대디'로서의 모습이 익숙할 수 있지만, 양동근(40)은 올해 데뷔 34년차가 된 베테랑 배우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쉼 없이 달렸더니 어느덧 중견 배우급 연차를 쌓게 됐다. 이런 양동근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영화를 만났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을 통해 독보적 개성, 흡입력 넘치는 연기를 뽐내며 '인생 캐릭터' 경신을 예고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제작 TCO 더콘텐츠온, 이하 죽인밤)은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다. '시실리 2km', '차우' 등을 통해 독보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개척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SF와 스릴러 등 생소한 장르적 변화를 꾀해 완성했다.

양동근에게 '죽인밤' 출연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 작품은 코믹, 스릴러, SF 등 모든 장르를 종합선물세트로 담은 영화인 데다,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져 다가가기에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동근은 신정원 감독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예전에는 몰입되지 않으면 작품 선택을 안 했다. 근데 결혼 이후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정을 이끌다 보니 배우도 기술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해되지 않아도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죽인밤'도 처음에 전혀 이해가 안 됐지만, 신정원 감독 작품이라는 말에 구미가 확 당겼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서 부딪혀 보자고 다짐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양동근은 극 중 양동근은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이자 양선(이미도)의 연인 닥터 장 역을 맡아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을 뽐냈다. 그는 똘끼와 호기심으로 언브레이커블을 연구하는 닥터 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를 연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다고 했다.

그는 "내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감독님의 디렉션에 충실했다"라며 "사실 아직까지 배우들이 터지는 부분을 잘 모르겠다. 디렉션에 충실했던 게 먹힌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희소성 있는 소재를 보고 놀랐다. 근데 대본이 잘 읽어지더라. 캐릭터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대사마다 코드가 묻어 있었다.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대사를 봤을 때 뭔가 폭탄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 들었다. 작가님이 재밌다고 써놓은 걸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양동근

지난 1987년 드라마 '탑리'로 데뷔한 양동근은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우선 '뉴 논스톱'에서는 폭탄머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담으로 큰 웃음을 주며 '구리구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연예인들은 보이는 게 다라고 생각한다. 당시 굉장히 내성적이었는데, 사람들이 구리구리 같은 사람인 줄 알고 있더라. 그때 사람들하고 말도 잘 안 섞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예전에는 어렵고,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근데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더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즐거움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다"라고 했다. '죽인밤'에서의 역할 역시 그 가치의 연장에 있다며 "코미디 연기에 자신은 없었는데, 신정원 감독 코드면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번 닥터 장 캐릭터는 감독님이 만들어낸 거다"라고 전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부담감과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뇌종양을 앓는 소매치기 출신 스턴트맨 고복수 역을 맡아 이나영, 공효진과 가슴 시린 멜로 연기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양동근은 "20년 동안 딜레마에 빠졌었다. 고민을 많이 하다 희생 번트로도 팀을 승리하게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양동근은 "가장 큰 부담감이었는데, 진중한 연기는 그 작품으로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관이 달라졌다. 남자 배우는 40대부터라는 말을 들어왔다. 나는 이제 겨우 40이 넘었다. 이전에 했던 건 워밍업이다. 배우 인생은 지금부터다. 이전 것은 지나갔다. 다 할 수 있는 깡이 생겼다. 기술직의 30년 노하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양동근

30여 년 배우의 길을 걸어온 양동근은 최근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옥죄고 있었다. 관두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노동자들은 그런 걸 겪는다"라며 "근데 나는 재주가 없다. 장사 수완도 없다.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남자 배우 40대 시작점까지 잘 온 것 같다. 대견하다고 나한테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결혼과 출산, 육아가 배우 인생에 미치는 영향도 짚었다. 양동근은 지난 2013년 비연예인 박가람 씨와 결혼해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결혼 이후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았다는 그는 "예전의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 부적합했다.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바뀌었다. 지금은 뭐든 도전한다. 내성적이지 않고 활달해졌다"라며 "나에게는 결혼이 필요했다.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는 건 꼭 경험해봐야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대를 다녀오고 30대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나이를 먹으면 삼촌 역할이나 아빠 연기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결혼을 안 해보고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나오는 연기를 상상하기 싫었다"라고 덧붙였다.

30년 기술직 연기자 양동근은 가정을 이끌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고 있는 양동근. 배우로서 제2의 도약을 알린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동근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TCO 더콘텐츠온]

양동근 | 죽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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