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김정은 사과에 ‘친서’도 공개…남북관계 반전 계기 찾나

이주영 기자

“코로나·태풍 이겨내자” 문 대통령과 이달 초 교환한 서신 내용 밝혀

북한 통지문에도 “신뢰·존중” 언급…연락채널 차단 후 무반응과 대비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25일 경기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10월1일이 국군의날이지만 올해는 추석연휴 기간이라 앞당겨 기념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25일 경기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10월1일이 국군의날이지만 올해는 추석연휴 기간이라 앞당겨 기념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군은 경계태세와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서해 해상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남측 민간인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남북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찾을지 주목된다. 남북관계가 거의 끊어져 있다시피 한 상태에서 북측의 민간인 사살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사실상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하던 차였다.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입장 표명이 추후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사실관계 파악을 요청한 군당국의 통지문에는 침묵하던 북한이, 문 대통령이 북측에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답을 준 것이다. 지난 6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남측과의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하고, 남측의 대화교류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해오던 것과 대비된다.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지문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직접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을 소개했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라고 언급한 부분을 얘기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친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수차례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보건·방역 협력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나흘 뒤인 12일 답신을 통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면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 역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로선 이번 사건을 남북이 함께 수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길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과와 친서 교환만으로 교착된 남북관계가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지에 대해선 예단하기 힘들다.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입장 표명은 남측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만으로 자신들의 “만행”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적지 않아 보인다. 사건에 대한 남북 간 설명에 다른 부분이 있어 공동 진상규명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전달하고, 올 3월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내온 적이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번 친서 역시 ‘정상국가로서 할 것은 한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가 섣불리 남북 간 대화를 제안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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