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고백 장재인 "11년 걸려 꺼낸 얘기..뿌리가 생긴 기분"
10대 시절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한 가수 장재인(29)이 심경을 밝혔다.
장재인은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 가슴이 안절부절못합니다만, 댓글 보며 안정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저 고맙다”며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 나는 이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그게 참. 뿌리 없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며 친구들과 남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거 같아 감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며 "혹시나 저의 소식이 불편하셨다면 미안해요. 그러나 이같은 사건에 더 이상 수치심을 불어넣진 말자"고 했다.
장재인은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거 성범죄 피해를 고백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며 “밤잠처럼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의 호전 기념 글을 올린다.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 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다른 글에서 그는 “(피해 후) 1년이 지나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내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또래의 남자였다”며 “이젠 조금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지만, 돌아봤을 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많은 성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다. 혹시 내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장재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네티즌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힘든 시간 속에 지금까지 잘 견뎌내줘서 고맙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함께 나아가자", "아픈 일이라 꺼내기 힘들었을텐데, 같은 경험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 힘이 된다", "재인씨 정말 멋진사람. 타인을 위해 용기내줘서 고맙다", "곁에서 항상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편 장재인은 Mnet ‘슈퍼스타k’ 시즌2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3년 건강 이상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으나 현재는 투병을 마치고 앨범 준비를 하는 등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장재인 인스타그램 글 전문
「 헉.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드네요.
가슴이 안절부절합니다만 주시는 댓글보며 안정시키려 노력중입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혹여나 복잡해보일까 글을 많이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오늘만은 참 또도독 많이 쓰네요.
그 당시는 이런 일을 밝히는 게 큰 흠이 되던 때였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세상이 조금 나아졌나요? 아니면 그대로인가요?
어릴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나 조용히 넘어가라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요? 나는 이제는 아닐거라 생각해요.
다 읽었어요! 너무나 노곤한 하루지만 뭐라해야할까. 뿌리가 생긴 기분이에요.
한 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그게 참. 뿌리없이 둥둥 떠있는 그런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길 꺼내며 친구들과 남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거 같아 평생 감히 기대치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입니다.
혹시나 저의 소식이 불편하셨다면 미안해요. 그러나 이같은 사건에 더 이상 수치심을 불어넣진 말아요 우리.
향기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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