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용기 낸 고백이 일으킨 반향

황지영 2020. 9. 23. 14: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재인

가수 장재인이 과거 성폭력 피해를 고백했다. 어렵게 낸 용기에 대중들은 위로와 응원을 전했고 더불어 새 앨범에 대한 기대까지 높아지고 있다.

장재인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10대 시절 겪은 아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면서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를 통해 호전됐다는 상황을 밝혔다. 그는 "첫 발작은 열 일곱살 때였고 18세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 곤란, 불면증, 거식과 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치료한다고는 했지만 맞는 의사 선생님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그때엔 병원 가는 걸 큰 흠으로 여겨서 더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좋아하는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후 장재인은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나랑 똑같은 일, 또는 다른 아픈 일을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며 버텼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었던 것처럼, 내가 받은 그 용기를 내가 조금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최악의 상황에도 나를 붙잡았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참 마음이 좋겠다 싶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는 장재인이 피해를 당한 지 1년이 지나고서야 잡혔다. 장재인은 "나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또래의 남자분이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다"면서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졌다. 이젠 조금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다만,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재인

장재인의 고백은 대중의 마음을 울렸다. 피해 사실을 밝힌다는 큰 용기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수 윤종신, 백아연, 작사가 김이나 등 동료 아티스트들도 하트로 마음을 표했다. 온라인에선 응원과 위로를 비롯한 본인의 사연을 털어놓는 글이 이어졌다. 장재인은 자퇴 이후 만나지 못했던 여고 시절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며 기뻐했다.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 가슴이 안절부절못하지만 응원 댓글 보며 안정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저 고맙다"라면서 "어릴 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니 조용히 넘어가라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 이제는 아닐 거로 생각한다. 한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뿌리 없이 둥둥 떠 있는 그런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길 꺼내며 친구들과 남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것 같아. 평생 감히 기대치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고 안도했다.

장재인은 일련의 극복 과정을 노래로 준비 중이다. 녹음은 22일 마무리됐고 23일 믹싱부터 믹싱 등 앨범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잘하는 게 이야기뿐이라 조금씩 앨범과 함께 이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아픔과 불안은 생각보다 많이 닮은 것 같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성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거다.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다. 내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누군가를 응원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