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범죄 뿌리뽑게.."징역 최고 29년"

장필수 2020. 9. 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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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형위,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엄벌
특별가중 둬..최대 29년3개월형
불법촬영 상습배포 최고 18년형
조주빈 재판, 새 기준 참고할수도
대법원 양형위원회. 대법원 제공.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2차례 이상 조직적으로 제작한 범죄에 최대 징역 29년3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텔레그램 엔(n)번방과 웰컴투비디오 사건 등을 통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국회가 지난 5월 처벌 수위를 높인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자, 이를 반영해 엄격한 양형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가 15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 양형의 기본영역은 징역 5~9년이며, 여기에 엔번방 사건처럼 △다수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지휘하며 △인터넷으로 촬영물을 유포하고 △성매매·성범죄 전력이 있거나 △피해자를 향한 보복·증오감 등 범행 동기가 나쁘거나 △제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가정파탄·학업중단 등의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 등을 ‘특별가중인자’로 설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1개일 때는 7~13년으로 형량이 늘고, 2개 이상 같은 범죄를 2차례 이상 반복하고 상습성까지 인정되면 10년6개월부터 최대 29년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여러 차례 판매한 범죄에서도 최대 징역 27년형까지 가능하다.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이미 1년6개월을 복역했지만, 새 양형기준안을 적용하면 영리목적 판매 혐의만으로 최대 27년, 배포 혐의까지 더하면 3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셈이다. 권고안에서는 또 카메라 등을 이용해 영리 목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고 이를 여러 차례 배포해 상습성이 인정되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촬영물 소지죄의 기본형량은 6개월~1년이다. 촬영물을 가지고 협박·강요를 했을 경우 죄질이 나빠 상습범 영역에 포함되면, 형량을 대폭 늘려 협박은 최소 3년에서 최대 9년, 강요는 최소 7년6개월에서 최대 19년의 징역형을 권고하기로 했다.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의 영리 목적 배포는 기본형량이 1년~2년6개월이고, 상습범은 최대 9년형까지 선고 가능하다.

양형위는 ‘피해자 중심주의’도 양형에 반영했다.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피고인이 합의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간주했던 형사공탁과 그 과정에서의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은 감경인자(감경 사유)에서 제외했다. 대신 성착취물을 유포 전 삭제·폐기하고, 유포됐더라도 자발적으로 회수하는 등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야만 특별감경인자로 인정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특별감경인자’로 간주해 형량을 많이 깎아주지만, 디지털 성범죄에서는 ‘일반감경인자’로 분류해 형량을 많이 깎지 못하게 했다. 양형위는 “디지털 기기 또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디지털 성범죄는) 범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가 빠르게 확산돼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범죄 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어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양형기준안은 오는 12월7일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며 시행 뒤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조주빈 등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고인들은 이미 기소된 상태여서 새 양형기준이 이들에게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형기준이 발효되기 전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기준을 참고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판사는 이들의 형량을 정할 때 새 양형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새로 설정된 양형기준을 참고해 선고한 사례도 있기에 (기준안이) 조주빈 등 재판의 선고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방 피해자 변호인인 신진희 변호사는 “(예전 솜방망이 양형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형량이 높아지고 있다. 새 양형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하급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필수 조윤영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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