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확인증' 내라고? 문턱 높인 무료급식소

강재구 2020. 9. 15. 18: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방역 강화를 이유로 노숙 이력 확인 절차를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시와 노숙인 지원단체 홈리스행동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역 인근 '따스한 채움터' 무료급식소는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무선인식카드(RFID) 형식의 회원증을 최근 도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 여부는 노숙인 지원센터 이용 기록이나 면접 등을 통해 확인한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따스함채움터 회원증 도입
사진 찍고 노숙이력 확인 받아야
"방역 목적 과도한 개인정보" 지적
쪽방촌 거주자 식사 제한 우려도
15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인 ‘따스한 채움터’ 앞에 회원증 발급 안내문이 붙어있다. 강재구 기자.

서울시가 운영 중인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방역 강화를 이유로 노숙 이력 확인 절차를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낙인을 부추기는데다 가난한 이들에게 두루 끼니를 제공해야 할 무료급식소의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시와 노숙인 지원단체 홈리스행동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역 인근 ‘따스한 채움터’ 무료급식소는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무선인식카드(RFID) 형식의 회원증을 최근 도입했다. 그동안 수기로만 명부를 작성하다가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를 고려해 만든 신원 인증 절차로 일종의 ‘노숙인 회원증’인 셈이다.

문제는 회원증을 발급받으려면 사진을 찍고 서울시로부터 노숙 이력을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 여부는 노숙인 지원센터 이용 기록이나 면접 등을 통해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미 신분증 확인 절차가 있는 상황에서 ‘노숙인’이란 사실을 증명하거나 인식카드에 추가로 사진을 넣는다고 해서 ‘동선 관리’ 등 방역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상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노숙 이력 알리기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아 회원증 발급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결국 이들은 식사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급식소 인근에서 만난 한 노숙인도 “노숙인이 노숙하는 걸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방역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과도 어긋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수기 명단 작성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일자 이름 작성을 제외하고 시·군·구 및 휴대전화 번호만 기재하는 등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조처는 노숙을 하진 않지만 생계가 어려워 무료급식소를 찾아야 하는 이들에게 급식소의 문턱을 높이는 효과도 낳는다. 서울역 쪽방촌 등에 거주하면서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쪽방 주민의 16.3%는 무료급식소, 상담소 등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노숙인들만큼 어려운 쪽방촌 주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역 주변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김아무개(62)씨는 “코로나19로 수입이 끊겨 일주일에 두세번 급식소를 이용한다. 앞으로 식사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를 보완해가면서 차질 없이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