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현문우답] 손봉호 "종교 정치세력화 위험..전광훈 목사 옷 벗고 하라"

백성호 2020. 9.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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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집단감염과 확산 통로의 중심에 교회가 있다. 그런데도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오프라인에서 대면 예배를 봐야 진정한 예배라고 할 수 있다”는 정서가 꽤 넓게 깔려 있다. 성경에 기록된 예배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수가 말했던 예배의 핵심은 무엇일까. 코로나 국면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것이 정말 성경적인 걸까. 7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손봉호(82) 고신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개신교 장로이기도 한 그에게 이 모든 물음을 던졌다.

손봉호 교수는 구약성경을 언급하며 "선지자 이사야는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말했다"며 예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말했다. 최정동 기자

Q : 기독교인에게 ‘예배’란 뭔가.

A : “기독교는 두 가지 사랑을 말한다. 하나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 또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하나님에 대한 존경과 일종의 두려움이랄까, 그걸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가 예배다.”

Q : 코로나 국면에서도 대면 예배를 강하게 고집하는 목회자들이 있지 않나. 그들은 “온라인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예배의 핵심이 뭔가.

A : “구약 성경에 이런 대목이 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무슨 뜻인가. 예배의 절차와 격식,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이 충돌할 때, 내 뜻을 접고 신의 뜻에 순종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배다. 그래서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하는 거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에서 ‘산 제사를 드리라’고 했다.”

Q : ‘산 제사’가 뭔가.

A : “산 제사는 살아 있는 제사다. 생동감 있는 제사다. 단순히 격식적이고 형식적인 제사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때 산 제사를 드릴 수 있다.”

손봉호 교수는 "개신교 예배의 핵심은 설교다. 그건 온라인 예배에서도 살아있는 것"이라며 대면 예배만이 진정한 예배라는 건 억지스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Q : 천주교는 개신교의 일부 목회자들만큼 대변 예배를 강하게 고집하지 않는다.

A : “천주교 예배의 핵심은 미사다. 개신교 예배의 핵심은 설교다. 예배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하나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하는 일, 또 하나는 하나님 말씀을 배우는 일이다. 언뜻 생각하면 미사를 중시하는 천주교가 대면 예배를 더 고수할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설교를 중심에 두어야 할 개신교가 오히려 대면 예배를 더 고집하고 있다. ‘비대면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니다’라며 예배의 격식만 강조하는 건 오히려 개신교의 본질과 어긋난다.”

Q :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대면 예배를 고집하려는 진짜 이유가 뭐라고 보나.

A :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 그에 따른 정치적 이유도 깔려 있다고 본다. 예배 자체보다 정부의 비대면 예배 요구에 대한 반항 같은 게 깔려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헌금이 줄어들고 교회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만에 하나 정말 그런 이유로 대면 예배를 봐야 한다면, 그건 예배를 모독하는 일이다.”

Q : 기독교는 두 가지 사랑을 말한다고 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교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뭔가.

A : “요한1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느냐.’ 코로나 시국에서 교회가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만약 ‘비대면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한국 교회의 80%는 예배를 안 드린다는 말이고, 한국 교회의 80%는 교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손봉호 교수가 밀알학교에 있는 조형 작품 앞에 서 있다. 손 교수는 "코로나 국면에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독교의 이웃 사랑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손봉호 교수는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지도자 리처드 백스터(1615~91) 이야기를 꺼냈다. “청교도는 영국 정부의 교회에 대한 간섭을 배격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던 이들이다.” 손 교수는 백스터가 만든 요리문답(주요 교리에 대한 문답서)에 전염병 발생 상황에 대한 대처 내용이 있다고 했다. “‘만약 전쟁이나 전염병 상황에서 국가가 예배를 금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 책에 담겨 있다. 청교도는 교회에 대한 정부의 간섭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답이 놀랍다.”

Q : 어떻게 답했나.

A : “국가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더 큰 유익을 위해서 그래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의 간섭에 가장 비판적인 사람들이 청교도였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요즘 한국 상황과도 딱 맞지 않나. 예수님도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역사 속의 기독교인은 내 생명보다 이웃의 생명을 더 중요시했다. 로마 시대에도 그랬다.”

Q : 로마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나.

A : “서기 166년에 로마에 역병이 돌았다. 페르시아쪽 근동 전선에서 돌아온 로마 군인에 의해 전염병이 확산됐다. 기록을 보면 천연두나 홍역으로 추정된다. 15년간 계속된 이 전염병으로 당시 로마에서는 하루 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총 사망자는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황제의 주치의를 지낸 갈레누스도 로마를 떠나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을 정도다. 그때 로마 사람들은 병자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길에다 버렸다고 한다. 집안에 두면 다른 사람이 감염이 되니까. 그때 소수였던 기독교인들이 길바닥에 버려진 병자들을 돌보았다. 그들에게 물을 주고 밥을 먹였다. 그게 전염병이 끝나자 기독교 신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가 됐다. 이번에도 기독교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손봉호 교수는 "코로나 시국에 교회가 대면 예배를 고집하며 코로나19 집단감염과 확산의 통로가 된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Q : 이번 코로나19 국면에 교회는 어땠나.

A : “엉뚱하게 대면 예배를 고집하며 말썽을 일으켰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대구에서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될 때가 있었다. 그때 대구 동산병원이 방역 센터 역할을 했다. 동산 병원은 국립병원이 아니다. 경북대학병원이나 국립의료원이 해야 할 일을 기독교 병원이 대신 했다. 이 때문에 불교계로부터 상까지 받았다. 이런 게 코로나 국면에서 기독교가 보여줘야 하는 참모습이다.”
손 교수는 부산 온천교회도 예로 들었다. “초기에 온천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욕도 많이 먹었다. 그 뒤에 온천교회 감염자 전원이 코로나 연구를 위해 혈장을 기부했다. 그리고 방역 센터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런 시기에 교회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이런 게 기독교 정신이다.”

Q : 일제 강점기 때 한국 교회는 신사참배를 강요받았다. 기독교인에게는 우상 숭배였다. 당시 목숨을 걸고 예배를 고수한 기독교인도 있었다. 대면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목회자들 중에 “일제 강점기 때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고 어떻게 예배를 포기할 수 있나?”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다. 어찌 보나.

A : “일제 강점기 때는 기독교인 가운데 독립운동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기독교를 말살하려고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유물론을 믿는 공산당이 들어와서 예배를 금지시켰다. 기독교를 말살하려고 했다. 코로나는 다르다. 기독교를 말살하기 위함이 아니다. 코로나 국면에 대면 예배를 중단하는 것은 기독교도 보호하고, 이웃도 보호하자는 거다. 일제시대 신사참배 거부에 비유하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

'고백록'의 저자인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의 치세 때까지 로마에 전염병이 만연해 많은 로마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중앙포토]


손 교수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선지자 이사야의 어록을 꺼냈다. “이사야는 ‘너희는 금식하고, 십일조를 바친다. 나는 딱 질색이다’고 말했다. ‘너희는 주위에 있는 과부와 고아를 돌보지 않으면서 예배만 열심히 한다. 내가 아주 질색이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한국 기독교는 전반적으로 이런 약점을 갖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보더라도 예배의 본질적 의미가 훼손되는 건 아니다. 다만 성도들의 교제가 제한돼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코로나 국면에서는 감수해야 한다.”

Q : 전광훈 목사는 기독교 정당을 창설해 지난 총선에서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그런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다. 어찌 보나.

A : “교회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몇 개 있다. 인권문제와 부패문제, 그리고 복지문제다. 이건 교회의 주요한 관심사이니까. 이 정도까지는 교회가 발언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다르다. 예수님 당시에도 ‘정치적 메시아론’이 있었다.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니까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 이제 로마를 무찌르고 이스라엘을 독립시켜서 솔로몬과 다윗 시대의 영광을 회복하겠구나. 그래서 예수를 따르면서 기대를 가졌다. 제자들은 꾸준하게 기대했지만, 예수는 끝까지 거절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Q : 제자들이 크게 실망했나.

A : “그랬다. 얼마나 실망했겠나.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려는 유혹은 예수님 시대에도 아주 강했다. 만약 당시에 예수님이 정치에 개입했다면 어땠겠나. 오늘날 기독교가 남아 있겠나. 그러니 이 문제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더 효과가 있지 않나.’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이건 인간적인 사고다. 기독교적인 사고는 아니다.”

손봉호 교수는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하다. 개인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종교인의 옷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Q : 독일에는 기독민주당이 있다. 유럽에도 있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A : “저는 네덜란드에서 공부했다. 네덜란드에도 기독당이 있다. 기독교 이념을 가진 정당이 있다고 해도 중요한 건 교회는 일체 정치에 관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유럽은 수백 년간 기독교 사회였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세계 최대 종교들이 서로 비슷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종교적 이념을 가진 정당이 나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게다가 한국의 정치는 아직까지 너무 미숙하다. 이런 정당이 나오려면 정치적 신사도가 지켜져야 한다. 한국의 정치적 성숙도는 너무 낮다. 최하 수준이다. 기독교 정당이 출현하면 정치도 손해를 보겠지만, 특히 교회가 크게 손해를 볼 것이다.”
손봉호 교수는 1986년부터 시민운동에 몸담았다. 경실련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해오고 있다. 요즘은 환경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시민운동가가 정치에 몸을 담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Q : 왜 그런가.

A : “종교의 정치세력화에 반대하는 이유와 같다. 저는 평소에도 꾸준히 말해왔다. 시민운동 하는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하지 말라고.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민운동을 정치를 위한 발판으로 썼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더 이상 시민운동을 믿지 않게 된다. 지금 시민운동이 영향력을 상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광훈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정치활동을 하는 거다. 정치를 위해서 종교를 써먹고 있는 거다. 한 개인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건 자유다. 그럼 목사 옷을 벗고 하면 된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한 일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손봉호=경북 포항 출생. 개신교 장로로서 서울 영동교회에서 오랫동안 설교로 사역했다. 서울대 영문과 졸업 후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화란어과ㆍ철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를 지내고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설립하고, 2011년 나눔국민운동본부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고신대 석좌교수이자 서울대 명예교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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