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입고 등산 열풍?.. 아웃도어는 여전히 어렵다

김경은 기자 2020. 9.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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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코로나發 패션 불황③] '아재 옷' 못 벗고 하산길로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패션업계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감염 우려에 외출을 꺼리면서 ‘꾸미는 일’ 자체가 줄어든 까닭이다. 등산과 캠핑 수요 증가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아웃도어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오직 명품만 불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도 패션업계의 표정은 암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등산객이 증가했지만 아웃도어업계는 여전히 실적 반등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스1 DB

#. 아웃도어(outdoor·야외 활동복)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한때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다.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싸다는 뜻이지만 이 브랜드 패딩은 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불티나게 팔렸다. 노스페이스 얘기만은 아니다. 2010년대 초 패션업계에선 아웃도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하지만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시장은 이내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웃도어업계가 부흥기를 맞이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주역은 이번에도 젊은층. 과거 중년층의 여가생활로 여겨졌던 등산에 젊은층이 관심을 가지면서 아웃도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등산 초보를 의미하는 ‘산린이’(산+어린이)와 혼자 산행하는 ‘혼산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올 초부터 시작된 등산 인기에 아웃도어업계가 기대감에 부풀었다. 2014년 정점을 찍고 줄곧 하산길을 걷던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돼서다. 하지만 산린이도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추락이 계속되며 기존 업체도 속속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웃도어 잘 나간다고?… 업계 ‘갸웃’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등산·아웃도어 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증가했다. 남성과 여성 등산의류는 각각 30%·31% 늘었고 ▲등산화 3% ▲등산잡화 1% 등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신장했다.

등산용품 판매량이 반짝 늘었지만 업계 매출엔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1 DB

하지만 업계 실적엔 영향이 없었다.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 ▲K2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F&F) ▲네파 ▲블랙야크(비와이엔블랙야크) ▲아이더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등 주요 브랜드 상반기 매출은 오히려 10% 안팎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등산용품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제한되고 등산, 캠핑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한때 매출이 괜찮아지려는 조짐을 보였다”면서도 “지난해보다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가맹점에선 점주가 자기 몫의 이윤을 줄여 상품 할인 판매에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가맹점 직원은 “등산족과 캠핑족이 늘었다던 지난 5~6월에도 장사는 안됐다”며 “본사 모르게 직원 할인가로 2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벌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추락하는 아웃도어, 대기업도 포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아웃도어업계는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은 2014년 7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8년 2조5524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역시 온화한 겨울 날씨 탓에 단가가 높은 외투 판매가 저조해 매출이 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표=김민준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스위스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2005년 수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마무트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2013년 직접 진출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패션 대기업마저 아웃도어에서 발을 빼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6월 ‘빈폴스포츠’ 사업 종료를 알렸다. 2012년 출시 후 8년 만이다. 전국 빈폴스포츠 오프라인 매장 107개는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앞서 LF도 지난해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사업을 15년 만에 접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라푸마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매출 2500억원가량을 올렸으나 최근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LF는 오프라인 매장 81개를 올해 안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휠라아웃도어(휠라) ▲살로몬(신세계인터내셔날) ▲헨리헨슨(금강제화) ▲노스케이프(형지) ▲잭울프스킨(LS네트웍스) ▲섀르반(제로투세븐) 등이 줄줄이 아웃도어 사업을 접었다.



캐주얼에 치이고 레깅스에 밀리고



아웃도어 시장이 쪼그라든 이유는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성장기에 우후죽순 난립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100여개에 이르렀고 결국 출혈 경쟁을 불러왔다. 캐주얼 패션이 성장하고 골프웨어와 스포츠웨어까지 아웃도어 시장을 넘보면서 안팎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실제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10~20대가 주축인 캐주얼 패션 시장의 연간 성장세는 5%로 전 패션업종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웃도어 의류는 ‘등산복’이나 ‘아저씨·아줌마 옷’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젊은층에게 외면받았다.

아웃도어시장은 최근 애슬레저룩에 밀리는 모습이다. 뮬라웨어(사진 왼쪽)와 같은 애슬레저 전문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휠라(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오른쪽) 등 패션업체들도 애슬레저룩 생산에 뛰어들었다. /사진=각사

최근 등산 열풍에도 아웃도어 시장은 ‘애슬레저’룩에 치여 반등 기회를 빼앗겼다. 애슬레저는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옷차림을 말한다. 요즘 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레깅스가 대표적인 애슬레저 룩이다.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웨어 등 애슬레저 전문 업체가 등장하고 패션 대기업도 애슬레저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아웃도어 시장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이 줄면서 애슬레저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외출복을 구매하는 대신 일상에서든 운동할 때든 착용 가능한 애슬레저 의류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 이에 젝시믹스(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0% 급증했다. 뮬라웨어(뮬라)도 상반기 매출액이 22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296억원) 75%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안다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47% 신장됐고 2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아웃도어업계 입지는 좁아지는 상황. 아웃도어 시장의 재편 혹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규 업체 등장으로 설 자리가 없다”며 “기능성 중심의 등산복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패션 의류로 변신하려는 ‘탈아웃도어’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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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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