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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움츠러든 대부업 시장…신규대출·재대출도 ‘손사래’


입력 2020.09.07 06:00 수정 2020.09.05 20:23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대부업체 26곳 중 11곳, 3개월 간 신규대출 10건 미만…재대출도 '글쎄'

저축은행 전환 또는 수익성 악화에 개점휴업…심사 강화에 탈락자 속출

제도권 금융의 최후보루로 꼽히는 국내 대부업시장이 지속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픽사베이 제도권 금융의 최후보루로 꼽히는 국내 대부업시장이 지속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픽사베이

제도권 금융의 최후보루로 꼽히는 국내 대부업시장이 지속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전환하면서 신규대출 규모가 감소한데다 계속된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 공급을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권 내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대부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협회 주요 회원사 26곳 가운데 11곳의 2분기 신용대출 신규대출 건수가 10건 이하로 집계됐다. 공시대상 가운데 절반 가까운 업체들이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같은 상위권 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이용자라 하더라도 대부업체를 통한 추가대출이나 재대출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개업자를 통한 대부업 신용대출 취급 현황을 살펴보면 공시업체 3곳 중 1곳은 추가 및 재대출 건수가 3개월 간(2분기) 10건도 채 되지 않는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물론 국내 3위권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조차 추가·재대출 취급건수가 10건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예고돼왔다. 일례로 지난 2002년부터 국내 대부시장에 진출해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산와머니가 지난해 3월 이후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한때 2조5000억원을 상회하던 대출금 규모 역시 지난해 기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집계한 국내 대부업계 총 대출액 역시 작년 하반기 기준 1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형 대부업체들의 잇단 이탈과 소극적 사업 영위가 대부업시장의 하향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대부업 철수 조건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받은 웰컴크레디트라인(웰컴론),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자산을 줄이고 있고, 앞서 언급된 산와머니 등 일선 업체들의 ‘개점휴업’ 상태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계 위축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계속되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추진한 금리인하정책으로 지난 2010년 44% 수준이던 법정최고금리는 10년 만인 2020년 24%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외부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저신용자들에게 대출해주던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조달금리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최고금리가 낮아져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업체에서도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주요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평균 승인률은 10%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10명 중 9명은 대부업체에서조차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올들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가 차주 연체율 확대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해당 업권의 보수적인 대출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리스크를 안고 고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최고금리 인하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사업 지속 여부 자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신규대출 등 자금공급을 중단한 데 따른 피해는 업체 뿐 아니라 높은 금리를 감안하고서라도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는 저신용 차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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