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일시휴직 73만명 늘어.. 금융위기 때의 10배

박희창 기자 2020. 9.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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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항공사 직원 김모 씨(38)는 올해 5월부터 휴직 중이다.

일시 휴직자 수가 과거 위기와 달리 급증한 데는 코로나19가 보건위기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어난 일시 휴직자 수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일시 휴직자 가운데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시 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기업의 신규 채용도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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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감염병 쇼크에 기업들 조업 중단.. 실직보다는 일시 휴직자 크게 늘어
60대 이상-20대 이하 휴직 급증.. 한은 "일부는 실업자 전환 가능성"
코로나 재확산에 고용시장 급랭 우려
내 항공사 직원 김모 씨(38)는 올해 5월부터 휴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출근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재 유급 휴직이지만 언제 무급 휴직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김 씨는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먹고살 길을 찾아 뭐라도 새로 배워야 하나 싶다”고 했다.

○ 보건위기가 바꾼 실업 지형

3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내놓은 ‘일시 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일시 휴직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늘어났던 일시 휴직자 수(2009년 1분기·7만3000명)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도 6배(1998년 3분기·12만 명)가 넘는다. 일시 휴직자는 일시적인 병이나 사고, 육아, 사업부진·조업중단, 가족적 이유 등으로 조사 대상 기간에 일하지 못했지만 일시 휴직의 이유가 해소되면 복직 가능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시 휴직자 수가 과거 위기와 달리 급증한 데는 코로나19가 보건위기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창현 조사총괄팀 과장은 “외환위기 때는 기업들이 바로 도산하면서 일시 휴직자보다는 실업자가 많이 늘었던 반면 이번에는 감염병에 따른 조업 중단 등으로 실업보다는 일시 휴직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시 휴직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전체 일시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9만5000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92%(109만4000명)가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재택근무가 어렵고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교육, 예술·스포츠·여가 등에서 일시 휴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다.

○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휴직자 복직률 42% 유지 가능하나

연령별로는 60대 이상과 20대 이하에서 일시 휴직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3월부터 7월까지 60대 이상 일시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만 명이 늘었고, 20대 이하의 경우 18만5000명이 증가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코로나19로 쉬는 경우가 많고, 20대 이하 젊은층들이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어난 일시 휴직자 수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일시 휴직자 가운데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시 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기업의 신규 채용도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시 휴직으로 인한 임금 하락이 가계 소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시 휴직자의 복직률이 과거 평균 수준인 42%(2017∼2019년 기준)를 유지한다고 하면 일시 휴직자 수는 단기에 안정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전망에는 지난달부터 나타난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통계상으로는 일시 휴직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이사람들은 실업자로 봐야 한다”며 “개개인들의 고용 사정 악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고용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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