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동료 의원에게 '불쾌한 신체접촉' 논란
본인 질의 도중 '끼어들기' 발언에 불만 표시하는 과정에서 물의 김진애 "불결한 손가락 어깨에 닿았다는 게 얼얼…아직도 불쾌" 김태흠 "'야지' 놓으면 질의 제대로 안돼…불쾌함 느꼈다면 사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일 국회 운영위원회 도중 동료 의원에게 불쾌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지탄 받았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당사자로서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 언쟁이 이어지면서 운영위가 잠시 중단됐다.
김진애 의원은 이날 오후 운영위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김태흠 의원이 본인 질의를 마치고 제 자리로 오셔서 '끼어들지마' 하면서 제 등을 치셨다. 제가 여기가 아직도 불쾌한 얼얼함이 남아있다"며 "어디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한테 와서 회의 도중에 손을 대나. 저는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의원은 "김태흠 의원이 저 뿐만이 아니라 전체 운영위원들한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과가 없다면 이 국회에 기본적인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거라 생각한다. 아직도 어깨가 얼얼하다. 불쾌하다. 제가 병원에 갈 정도라는 게 아니라 불결한 손가락이 어깨에 닿았다는 게 얼얼하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김태흠 의원은 본인 질의 시간에 김진애 의원이 자꾸 말을 얹고 끼어든다며 불만을 표했다. 김태흠 의원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질의하는 과정에서 "저희 미래통합당은 발목 적게 잡는다. 기본적으로 투쟁심이 적다"고 하자 김진애 의원이 큰 소리로 웃거나, "네 미래통합당 잘 했다"고 말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질의 도중 김태흠 의원이 김진애 의원에게 "끼어들지 말라, 초선이"라고 말하자 김진애 의원이 "재선이다"라고 받아치는 일도 있었다. 불만을 품은 김태흠 의원은 본인 질의가 끝난 뒤 김진애 의원을 찾아가 '끼어들지 말라'며 손가락으로 등을 찔렀다.
사과 요구를 받은 김태흠 의원은 김진애 의원이 본인에게 "야지('야유하다' 뜻을 가진 일본어식 속어)를 놓고 끼어들었다"고 반박했다. 김태흠 의원은 "질의하는 시간이 7분 밖에 안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발언권 얻어서 해야지, 2~3번을 끼어들어서 '야지' 놓는 것도 아니고. 남의 질의 시간에 조용히 찾아갔고 큰 소리로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왔다는 걸 인지하도록 살짝 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불결하다' 그런 표현은 참겠다"고 말했다.
맞은편에서 이를 지켜 본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흠 의원과 김진애 의원 신체접촉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발언하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며 "김진애 의원께서 김태흠 의원에게 '사과하고 넘어가시라' 기회를 주신 거 같은데 경위가 어떻든 사과하고 넘어가는 게 정상적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회재 의원은 "국회법 146조에 의원은 다른 의원을 모욕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김태흠 의원과 김진애 의원 관계가 손가락으로 신체접촉을 할 만큼 친한, 우호적 관계가 아닌 거 같다. 이번 상황도 김진애 의원이 김태흠 의원 발언 사이에 끼어든 것에 대해 항의하려고 한 거 같은데 그러면 더더욱 신체접촉은 삼가야 했다"며 "모욕이냐 폭행이냐 성희롱이냐 이런 판단은 상대방 입장에서 검토돼야 한다. 뒤에 불쑥 와서 손가락으로 등 찌르면서 항의하는 건 말로 하는 모욕보다 더 큰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심하면 폭행, 더 나아가 성희롱 하는 거냐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언쟁이 길어지자 김진애 의원은 "당사자로서 느낀 것만 확실하게 말씀 드리겠다. 제가 이 부분을 성폭력이라 부르진 않는다. 다만 제가 모르는 사이 누가 와서 미리 부르지도 않고, 살짝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등을 제가 지금도 느낄 정도로 찌른 건 모욕감을 느낀다"며 "제가 여자가 아니면 절대 안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비하를 받았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 그 점에서 사과를 요구한다. 누구한테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더구나 저는 김태흠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서 발언 기회를 얻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제가 당했을 걸 예상하면 매우 불쾌할 거 같고 동일한 상황에서 당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충분히 김진애 의원 발언에 공감하고 있다"며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그 현상만 봤을 때는 여성 의원의 몸을 건드린 거다. 이걸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같은 의원이 다른 의원 몸 건드리는 걸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명확하게 사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김태흠 의원을 두둔했다. 정점식 의원은 "김회재 의원이 국회법 146조를 예로 들면서 김태흠 의원 행위를 모욕이라고 했다. 같은 법조인 출신으로서 어떻게 그런 법적 평가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김태흠 의원이) 김진애 의원을 부르기 위해 손짓한 걸 모욕행위라고 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모욕은 고의를 갖고 하는 거다. 어떻게 김진애 의원 모욕하거나 비하하거나 경멸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위라고 판단하느냐"고 반문했다.
박대출 의원의 경우 "국회 운영위에서 벌어지는 공방에 대해서 과연 국민이 어떻게 보고 계실까. 상식 가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다"며 "의원들에게 (질의 시간으로) 7분이 겨우 주어져 있다. 김진애 의원이 동료 의원 질의에 여러 번 중간에 끼어든 사례가 있다. 동료 의원이 가진 시간은 최대한 존중하는 기본으로 출발할 때 운영위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김진애 의원을 질타했다.
결국 운영위는 10여분 동안 중단됐다. 김태년 운영위원장은 "당사자들 간 논의도 하고, 사과 요구 있는 상황에서 여야 간사 간에 조금 더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며 회의를 중단했다.
재개된 회의에서 김태흠 의원은 "다른 의원이 질의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인기척을 냈는데 (김진애 의원이) 앞만 보고 있어서 어깨에 두어 번 살짝 손가락을 댔는데 불쾌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질의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야지' 같은 걸 놓는다면 질의가 뒤죽박죽이 되고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진애 의원은 "공개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법사위와 양쪽을 다니느라 운영위는 오늘 처음 길게 있어봤다. 질의 과정에서 서로 간에 얘기가 오가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다만 '야지'라는 표현은 속기록에서 빼주셨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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