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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교회, 코로나로 중대한 전환기 맞을 것"

허연 기자
허연 기자
입력 : 
2020-08-31 17:09:09
수정 : 
2020-09-01 0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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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운동 이끄는 방인성 목사 인터뷰

코로나 확산 중 대면예배 강행은
`이웃사랑` 하나님의 뜻 왜곡한 것

교회가 공동체보다 외형에 치중
교단 변화통해 섬김의 도구돼야
사진설명
"가장 중요한 성경의 가르침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입니다. 이것은 어떤 교회 제도보다 중요한 하나님의 가르침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중에 방역을 무시하고 대면예배를 하는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교회는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구약이나 신약을 보면 제사보다 사랑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곳곳에 나옵니다." 교회개혁운동을 이끌고 있는 방인성 목사(66·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는 "요즈음 교회들의 모습을 보면 개신교의 특성인 '개(個)교회주의'가 오히려 독이 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자율적이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개교회주의가 교단 난립을 가져왔고, 이것이 결국 이번 코로나19 확산에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개교회주의가 왜곡되면서 분파주의가 됐어요. 수백 개의 교단이 만들어지고,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통합도 불가능해졌죠. 그런데 깊이 들여다보면 이 분파라는 게 신앙적 이유보다는 돈이나 권력 문제로 갈라선 경우가 많아요."

방 목사는 순교자 집안 출신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되고, 광복 이후에는 교회에 인공기 거는 걸 거부해 공산정권에 총살된 고 방계성 목사가 그의 할아버지다. 방 목사는 영국 킹스칼리지 신학부와 웨스트민스터 칼리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영국국제장로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한국 교회는 실망스러웠다.

"한국 교회가 배타적인 성장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교회는 지역민과 지역문화와 함께 숨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한국 전통문화와 담을 쌓았고, 지역공동체와 교류하는 지역 교회보다는 대형 교회를 지향했어요. 지역민의 아픔을 보듬기보다는 외형에만 치중한 거죠. 그러면서 교회 우월주의도 싹텄죠. 그러면서 이웃 종교나 전통문화를 '악'으로 치부하기도 했고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교회의 예배강행 이야기가 나오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비신학적 행동입니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겁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생명과 행복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면예배와 집회를 강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방 목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특히 한국 교회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성장 일변도로 치닫던 한국 교회가 회초리를 맞으면서 그동안 간과해왔던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올 한 해는 한국 교회의 흑역사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좋은 계기도 될 겁니다. 건물 중심의 제도권 예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될 거고, 과연 기독교인이 어떻게 신앙을 표출하는 것이 옳은 건지도 고민할 겁니다."

방 목사는 성경에서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라'는 구절과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구절을 좋아한다. 그가 하고 있는 교회개혁운동의 지침이 되는 부분이다. 그는 한국 교단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아무리 좋은 공부를 해도 자기가 속한 교단의 색깔에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요. 교단이 섬김의 도구가 아니라 배타적 경쟁과 성장의 도구가 된 거죠."

[허연 문화선임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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