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박아!" .. 유튜버들 체험 예능, TV보다 재미있네

김재희기자 2020. 8.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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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웹예능 '가짜사나이' 히트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은 ‘꽈뚜룹’(왼쪽)에게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지적하는 ‘이근 대위’. 이 발언은 ‘가짜사나이’가 낳은 최대 유행어가 됐다. “우리 할머니도 그것보다 빨리 뛰겠다” “네 팀 버려?” 등 해군 특수전전단 대위 출신인 이 대위의 직설적인 화법은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캡처
“너 인성 문제 있어?”

“대가리 박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이 엉성하게 엎드려뻗쳐를 한 참가자의 허리를 밟고, 가슴팍을 치며 “오와 열(종대 횡대) 맞춰!”를 외친다. 30kg 군장을 앞뒤로 한 개씩 멘 채 들것을 들다가 손이 풀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놀러왔어? 너밖에 안 생각해?”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고 구토가 치미는 극한의 경험을 함께한 5명의 참가자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못하겠다”는 말보다 “악! 할 수 있습니다!”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짜사나이’로 진화한다.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웹 예능 ‘가짜사나이’다.

가짜사나이는 지난달 공개된 후 웹 예능 역사를 쓰고 있다. MBC의 연예인 병영체험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피지컬갤러리가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무사트(MUSAT)’와 손잡고 유튜버 등 방송인에게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7개 에피소드와 스페셜 방송이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에피소드당 조회수는 400만~900만여 회를 기록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합친 누적 조회수는 4600만 회가 넘는다.

기존 웹 예능은 방송사가 주도해 왔다. TV 프로그램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는 별도 코너를 웹에서 선보이거나, 웹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해 조회수가 높으면 TV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는 ‘TV 연계형 웹 예능’이 주를 이뤘다. 2019년 tvN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의 웹 예능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는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 대표적이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 웹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었다.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은 ‘꽈뚜룹’(왼쪽)에게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지적하는 ‘이근 대위’. 이 발언은 ‘가짜사나이’가 낳은 최대 유행어가 됐다. “우리 할머니도 그것보다 빨리 뛰겠다” “네 팀 버려?” 등 해군 특수전전단 대위 출신인 이 대위의 직설적인 화법은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캡처
가짜사나이의 등장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유튜브 채널이 자체 제작한 웹 예능이 유례없는 대히트를 치면서다. 가짜사나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획력이 꼽힌다. 피지컬갤러리 제작진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가짜사나이 참가자 꽈뚜룹(107만 명) 따규햅번(43만 명) 가브리엘(39만 명) 등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특수전전단 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표출되도록 해 수위 제약이 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가짜사나이의 교관과 참가자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유튜브 유저들에겐 친숙한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호흡)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TV 예능보다 더 친숙하고 날것 그대로의 재미를 제공한다. 가짜사나이가 TV에서 방영됐다면 이 정도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웹 콘텐츠를 향한 편견도 뒤집었다. 가짜사나이 7회 에피소드 제작에 총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TV 예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기존 유튜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피지컬갤러리 측에 가짜사나이 공동 제작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VJ가 여러 명 붙어 촬영했고 드론도 띄웠다. 지금까지 봐 왔던

유튜브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다. 광고 협찬으로 제작비도 확보해 웹 콘텐츠도 지상파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피지컬갤러리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참가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인기 운동 콘텐츠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전직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 출신, 유명 헬스 트레이너도 출연 의사를 댓글로 달고 있다.

정 평론가는 “개별 유튜버들의 영향력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사나이가 시도한 인플루언서들 간 ‘컬래버레이션’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은 1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깨지고, 여러 온라인 방송인들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콘텐츠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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