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박제] 정의당 장혜영 "朴 조문 논란,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 더 부정적 반응"

양성모 입력 2020. 8. 20. 17:18 수정 2021. 8. 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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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존엄 우선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박원순 조문 논란,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행동할 것"
"발달장애인 동생 탈시설, 내 인생 가장 중요한 결정"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가 21대 국회의원의 초심을 들어보는 ‘초심 박제 프로젝트’ <정치합니다>. 오늘은 24번째로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의원을 만났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21대 국회에서 가장 평범한 국회의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30대 초반 여성. 특별할 것 없는 프로필이 특별해 보이는 곳이 국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 특별함이 평범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평범한’ 장 의원은 그러나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비범한 일을 시작했다. 지난 5월 당 쇄신을 주도할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위원회는 장 의원과 강민진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를 포함해 외부 전문가, 청년활동가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두 달여의 진통 끝에 지난 13일 혁신안을 발표했다.

장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일상의 민주화에 정의당이 앞장서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안 마련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민주주가의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혁신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지난하기는 하지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 당시엔 같은 당 류호정 의원과 함께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비난과 응원이 함께 쏟아졌다. 장 의원은 “진보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피해자와의 연대”였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평범한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한 이유가 뭔가요?

“사실 300명 모두가 평범한 국회의원인데요, 지금까지 우리 국회는 중년, 남성, 비장애인 위주로 채워지다 보니 젊은 여성 의원은 그 자체로 특별한 존재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공간을 침입한 존재처럼, 낮선 존재처럼 여겨지는데 이것 역시 국회에 하나의 평범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소개해드렸습니다.”

-정의당 혁신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뭐라고 보시나요?

“우리는 1987년 민주화를 통해 대통령 직선제와 같은 형식적 민주화를 쟁취했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일상의 민주화로 이어졌는가라고 한다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을 거예요. 환경의 가치, 생태의 가치, 젠더를 비롯한 다양성의 가치 등 일상의 민주화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일상의 민주화에 정의당이 앞장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혁신안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민주주의가 참 어렵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살아온 몸의 경험이 다른 것이 다양한 관점으로 나타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 당에 가장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하다못해 같은 것을 지칭하지만 다른 단어를 쓰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 과정이 지난하기는 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 때 조문논란도 굉장히 시끄러웠잖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그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거든요. 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의 시민이자 진보 정치인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피해자와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그런 논란을 겪으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메시지 차원의 해석과 메신저 차원의 해석이 있을 것 같아요. 메시지 자체도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유력 인사의 죽음에 대해 가졌던 태도와 달랐고, 메신저도 소수 정당의 초선, 여성, 청년 의원이어서 그 낯설음이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어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던 것이 누적되다가 폭발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시민들이 이런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봐요. 정치권이 가장 늦죠. 그런 정치권에 균열을 만드는 것은 저나 류호정 의원에게는 존재 이유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엔 수해현장 사진 때문에 또 소동이 있었어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억울해 하고 있을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희가 억울하겠어요? 아니면 실제로 피해를 겪고 계신 분들이 억울하겠어요?”

장 의원이 지난 넉 달 동안 겪은 평범하지 않은 일은 더 있다. 7월 28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 중 ‘절름발이’라는 말을 쓰자 장 의원이 이를 지적했다. “명백하게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엔 다시 한 번 논쟁이 벌어졌고 장 의원은 의도치 않게 설화를 겪었다. 지난 6일 이광재 의원이 SNS를 통해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장 의원은 “함께 한 걸음 나아가 주셔서 참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 일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과거에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께서 ‘절름발이’라는 단어를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셨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신랄하게 비판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건지... 제가 소수 정당의 초선, 여성, 청년 의원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정말 잘못했기 때문일까를 검열하게 돼요.”

-만약 상대가 이광재 의원이 아니라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다면 달랐을까요?

“달랐을 수도 있어요. (웃음) 그런 게 슬픈 거죠. 거의 모든 활동들이 진영의 논리로 포섭돼 이해된다는 점이요.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수많은 행동들이 진영 논리로 평가되고 가치절하 되는 것을 볼 때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장 의원에겐 한 살 아래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다. 동생은 열세 살 때 집 근처 시설로 보내졌다. 장 의원은 2017년 6월 시설에 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른바 ‘탈시설’. 장 의원은 동생의 탈시설을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정으로 꼽았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은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그래서 ‘성공해서 동생을 돌보는 언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장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법’을 발의했다.

-1호 법안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지금은 국가가 심사해서 ‘당신은 90시간’, ‘당신은 120시간’ 이런 식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주고 있어요. 24시간 보장받는 장애인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한 명도 없어요. 늘 사각지대가 있고 그 시간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은 24시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넣었어요. 또 코로나19처럼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습니다.”


-또 준비 중인 법안은요?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공을 들여 발의하고 입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지금까지 인종, 성별, 학력, 직업, 성정체성 등 여러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는 시민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차별이라고 규정해주는 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법도 그렇지만 이 법이 향하는 가치는 명확해요. 개인의 평등한 존엄을 어떻게 법과 제도로 보장할 것인가? 제가 입법자로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예요.”

-그 부분과 관련해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신다면요?

“아직까지는 아쉬운 게 있는 것 같아요. 포괄적 차별금지법만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에 권고했던 것이고 그동안 여러 번 입법 시도들이 있었지만 좌절해왔거든요. 그렇다면 왜 지금 정부 입법을 시도하지 않는가? 거대 여당으로서 힘의 사용처가 어디를 향하는 건지를 증명하기 가장 좋은 법안이 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 정당으로서 법안 통과를 위한 전략이 있을까요?

“20대 국회에서처럼 캐스팅보트로서 역할도 훨씬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늘 시민과 함께 하는 것, 눈과 귀를 활짝 여는 것 말고는 다른 전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략적 판단보다는 이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변화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얘기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어요?”

-몇 년 전부터 정치권에 청년 담론이 넘쳤습니다. 청년 정치의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시대 가장 훌륭한 청년 정치인 중 한 사람은 크레타 툰베리라고 생각해요. 인류 문명을 좌우하는 기후변화 이슈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지만 누구도 크레타 툰베리를 청년 정치인이라는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아요.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고 실제로 거기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거죠. 그런 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청년 정치의 모습입니다. 청년이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건 청년 정치를 관찰의 대상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기득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장 정확하게 소리 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나요?

“법안 발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굳이 발의 안 해도 되는 법안을 발의하지 않겠습니다. 10개 법안 발의한 의원보다 300개 법안 발의한 의원이 더 열심히 일 한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고, 그것도 건건히 다른 법안으로 발의해서 마치 실적 채우기처럼 뻥튀기하는 관행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실적 부풀리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고 싶나요?

“‘존엄’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함께 떠오르는 정치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결단의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 실질적 힘의 관계 보다는 시민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행동하는 정치인, 그렇게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21대 국회의원들의 초심이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정치합시다> 채널을 검색하세요.

양성모 기자 (maria61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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