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칙은 딴나라 이야기?..부산 카페 '북적북적'

노경민 기자 2020.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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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도 손님들은 다닥다닥
카페 공간 특성상 '마스크 의무화' 실효성 의문
18일 오후 부산의 한 커피 전문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민들로 가득찼다.2020.8.18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카페 안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수칙은 처음 들어봤다.", "이게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6일 커피 전문점(카페)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기존 방역수칙을 보완해 '카페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내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뇌관으로 카페가 지목되자 방역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다.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르면 카페 이용객은 입장과 주문대기, 이동하거나 대화할 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카페 내부에서는 탁자 사이 간격을 2m(최소 1m) 이상 띄워야 하고, 이용객들끼리 가급적 최대한 간격을 둬야 한다. 아울러 가능한 한 지그재그로 앉거나 한 방향을 바라보며 앉는 것이 권고된다.

실제로 이러한 방역수칙이 카페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18일 점심시간 때인 낮 12시 부산 서면역 일대의 카페 15곳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 현장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 17일 낮 12시부터 부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돼 많은 시민의 안전 의식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멀리한 채 스스로 방역 주체임을 잊은 듯 했다.

특히 대화를 할 때가 감염병 전파 위험이 높은데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 코로나 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혼자 이어폰을 끼고 공부에 열중하는 1인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게다가 손님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직원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모습이 그대로 연출됐다.

카페 이용객 대부분은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실제로 방역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카공족 A씨는 "직원들이 구석구석 꼼꼼하게 보지 않고 보이는 곳만 체크해 현실성, 실효성 모두 떨어지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를 나누던 B씨는 "방역을 위해선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이게 방역 효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카페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카페 특성상 이용객들이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할 때는 착용하는 번거로움을 과연 감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음식과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아무래도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실내이니깐 괜찮겠지'라는 방심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18일 오후 부산의 한 카페에 설치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및 거리두기를 위한 '안전라인 준수' 권고문.2020.8.18 /뉴스1© 노경민 기자

또 마스크를 쓴 채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던 한 손님은 현장을 둘러보며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직장인 C씨는 "지금 카페를 둘러보면 마스크가 의무화됐는지 전혀 실감이 안 난다"며 "왔다 갔다 외근을 하는 직장인이어서 어쩔 수 없이 카페에 일하러 나왔다. 최근 재확산 바람이 다시 불어 카페 오는 것도 무섭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명확한 처벌 규정에 대해 알 길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페 사장 D씨는 "이 방역수칙이 법적 처벌을 포함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며 "그래서 손님한테 경고 조치를 내릴 수도 없다. 만약 법적 제재나 벌금 조치가 자세히 명시돼 있다면, 손님에게 말씀드리고 안내해 줄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카페 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조치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대다수여서 정책 홍보 노력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사람 간 거리두기는 더욱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완된 카페 방역수칙에는 카페 종업원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비치하고, 주문 대기자 간 2m(최소 1m) 이상의 간격을 두고 대기하도록 바닥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카페에서는 바닥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일부 카페에서는 노란색 '안전라인'을 설치했지만, 눈에 띄지 않은 탓에 대기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무심코 노란선을 밟으며 여럿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일부 카페는 부산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약간의 의자, 테이블을 정리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람 간 거리 2m 유지는 완전히 역부족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시행과 관련해 "카페, 식당 등 밀집된 장소에서는 대화를 자제하고,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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