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다만 악', 전대미문의 악역 이정재가 탄생하기까지
무자비 악역에 파격 패션 첨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반도'의 구교환 김민재, '강철비2: 정상회담'의 곽도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이정재. 2020년 여름 텐트폴 작품에서 활약한 악역이다. 모두 각자의 매력으로 무장했지만 가장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정재다. 그 누구보다 무자비하고 또 화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이하 '다만 악')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다. 작품은 개봉 일주일 여 만에 100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을 돌파했고 지난 13일 270만 관객 동원을 달성하며 관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으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남 역의 황정민, 그의 조력자 유니 역의 박정민, 그리고 매 순간 그들을 위기로 몰아세우는 추격자 레이 역의 열연이 만든 시너지다.
레이는 대 놓고 특이한 악역이다. 목을 뒤덮는 문신, 화려한 색감의 패션이 그의 첫인상이다. 이 비주얼에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행동과 과격한 액션까지 펼치니 점점 더 강렬해진다. 영화 '관상' '암살자'와 기시감이 드는 중 저음 목소리도 그 매력을 더하는 데 한몫한다. 전대미문의 악역 레이의 탄생기를 정리해봤다.
연기로 채운 레이의 공백
이정재는 황정민의 캐스팅이 완료된 후 '다만 악' 출연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그는 "이 묘함은 뭐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점차 레이의 매력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시나리오에는 이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의 설명이 없었다. 이정재는 그 공백을 연기로 채워 넣고 싶어졌다. 초기 레이는 일반적인 누아르 영화 속 킬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다. 톤은 어둡고 사람들 사이에 쉽게 섞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라는 설정이었다. 이 비주얼을 변화시키는 것부터가 이정재의 활약이었다.
화려한 패션의 악역
이정재는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영화에 합류시켰다. 실제 이정재와 영화 속 이정재가 같은 모습이 될까 봐 지금껏 지양했던 일이다. 레이의 묘한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주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화려한 색감의 패션을 감행했다. 형의 장례식 장면에서조차 레이는 흰색 롱 코트에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레이는 애도가 아니라 그저 형의 죽음을 확인하러 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신도 이정재의 아이디어였다. 액션 신 대부분을 무더운 태국에서 촬영하는 만큼 땀을 흘리며 액션을 펼치면 문신이 쉽게 지워진다는 게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극단 시절 문신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던 황정민이 노하우를 전했다. 특수분장팀은 황정민의 조언을 받아 레이의 문신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정재는 되려 분장이 너무 지워지지 않아 매번 고생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를 외칠 것 같은 레이의 목소리
레이의 목소리는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들을 수 있다. '관상' '암살'을 떠올리게 하는 굵직한 톤이다. 처음 레이는 가벼운 목소리로 설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을 모두 마친 후 이정재는 그 목소리와 레이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모든 촬영을 마친 후 후시 녹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정재는 레이의 목소리를 고민했다. 홀로 동영상을 촬영까지 해보며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은 역시나 중 저음이었다.
냉혈한이 사랑하는 얼음
레이는 몇몇 장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등장한다. 이정재는 일본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연출팀에게 얼음이 담긴 커피를 요청했다. "컵을 돌렸을 때 소리가 날 정도만큼의 얼음이 담겨 있어야 하고 빨대도 반드시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디테일도 전달했다. "폭력적인 인물이 '나 무섭지' 하는 게 싫었다.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생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매력적"이라는 이유였다.
영화의 배경이 태국으로 옮겨진 후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다 현지 괴한들에게 위협을 당한다. 레이는 화려한 액션으로 괴한들을 제압한 후 피 칠갑을 한 채 얼음으로 얼굴을 닦는다. 이정재는 그 장면의 액션만큼이나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괴한들을 귀찮다는 듯 제압하고 "더워 죽겠는데 그래서 인남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레이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얼음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주문했다. 얼굴에 묻은 피를 조각 얼음으로 씻어내고 입까지 헹구는 냉혈한 레이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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