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10대 트로이카…K리그 ‘제2 르네상스’ 몰고 올까

황민국 기자
겁 없는 10대 트로이카…K리그 ‘제2 르네상스’ 몰고 올까
겁 없는 10대 트로이카…K리그 ‘제2 르네상스’ 몰고 올까
부산 권혁규, 서울 정한민, 포항 고영준

부산 권혁규, 서울 정한민, 포항 고영준

나란히 ‘데뷔골’ 쏜 2001년생
들돌풍의 ‘선두주자’ 부산 권혁규
서울 정한민·포항 고영준 ‘3인’
이동국·안정환·고종수 연상케
K리그, 젊은피 육성에 ‘가속도’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축구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K리그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998년에는 20세에 불과했던 이동국과 안정환, 고종수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뛰어난 축구 실력과 준수한 외모, 개성 넘치는 매력을 갖춘 이들은 ‘트로이카’로 불리며 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그 덕분에 당시 K리그는 사상 첫 200만 관중 시대(211만명)를 열기도 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K리그에 새로운 트로이카가 등장하고 있다. 마치 그 시절처럼 겁 없는 10대들이 한꺼번에 셋이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2001년생으로 나란히 데뷔골을 쏟아낸 권혁규(부산)와 정한민(서울), 고영준(포항)이 그 주인공들이다.

권혁규는 2001년생 돌풍의 선두 주자로 불린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부산 볼보이로 형님들이 공을 차는 모습만 바라보던 그는 지금 부산 유니폼을 입고 뛰는 프로 선수가 돼 있다. 지난해 K리그2(2부) 최초의 고교생 K리거로 2경기를 소화한 권혁규는 올해 가장 먼저 데뷔골을 맛봤다. 지난달 10일 부산-서울전에서 수비수 자책골로 기록된 골이 권혁규의 득점으로 정정됐다. 그에게는 역사적인 골이다. 훤칠한 키에 포지션 구분 없이 최전방과 측면까지 뛰어다니는 기동력이 강점이다. 권혁규는 젊은 선수 비중이 높은 부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혁규의 데뷔골은 벤치에 앉아있던 또 다른 젊은 피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서울의 유스팀인 오산고 출신으로 고교 시절 춘계연맹전 득점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정한민도 데뷔골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한민은 올해 K리그1(1부) 전반기에는 선배들의 그림자에 가려 벤치에 머물렀지만 최용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로 부름을 받았다. 감독대행인 김호영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던 첫 경기인 지난 1일 성남FC전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7일 강원FC전에서 벼락같은 중거리슛으로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주저앉던 서울을 일으킨 골이었기에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정한민은 아직은 프로 레벨의 거친 몸싸움과 경기 템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빠르게 데뷔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올해 공격포인트 10개는 노리겠다”며 목표도 세웠다.

겁 없는 10대 트로이카…K리그 ‘제2 르네상스’ 몰고 올까

정한민이 득점한 다음날 포항 미드필더 고영준도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절묘한 기술과 날쌘 플레이가 무기인 그는 포항 스틸러스가 광주FC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38분 교체 투입돼 종료 직전 극장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으로 포항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아울러 K리그 최초의 팀 통산 1800번째 득점자로도 기록됐다. 지난해 11월 청소년 대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출전해 감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렸던 그가 프로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고영준은 “(권)혁규나 (정)한민이나 청소년 대표로 한솥밥을 먹던 친구들로, 이들이 골을 넣은 것이 자극제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 세 선수의 등장으로 K리그의 젊은 피 육성 정책에 또 한번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23세 이하 선수의 의무 출전 규정이 도입됐고, 이 규정은 현재 22세로 강화됐다. 일각에선 실력 없는 선수를 무조건 쓰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반대편에선 10대 선수가 커나가는 순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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