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너의 얼굴은] '서늘할 때 더 빛나는' 이정재

부수정 2020. 8.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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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인남과 처음 마주하고, 그와 격렬한 액션신을 끝내고 인남을 놓쳤을 때는 이정재의 얼굴은 사나운 맹수를 보는 듯하다.

날렵한 턱선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캐릭터와 잘 맞물리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암살' 염석진 캐릭터를 통해서 이정재의 얼굴은 또 진화했다.

서늘할 때 더 빛나는, 이정재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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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0만 돌파
악역 레이 역 맡아 존재감 발산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CJ엔터테인먼트

'도둑들' 뽀빠이, '관상' 수양대군, '암살' 염석진. 악역만 맡으면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 이정재가 이번에 또 해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는 극악무도한 추격자 레이로 분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레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아무리 친한 형제가 죽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면서까지 인남(황정민 분)을 쫓는 이유가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 역시 납득하기 힘들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이정재는 외형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래서인지 레이가 등장할 때마다 묘한 느낌이 난다. 올백의 헤어스타일, 목에 가득한 문신, 화려한 패션은 이정재만이 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캐릭터를 빛나게 한 건 살기 어린 눈빛이었다. 이정재는 단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는다.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과 살기 어린 광기가 얼굴에 가득하다.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잔인하다고 느껴진 건 이정재가 연기가 레이 캐릭터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정재는 긴 대사 없이 오로지 액션과 눈빛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인남을 쫓을 때는 먹잇감을 꼭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얼굴에 드리운다. 태국에서 인남과 처음 마주하고, 그와 격렬한 액션신을 끝내고 인남을 놓쳤을 때는 이정재의 얼굴은 사나운 맹수를 보는 듯하다. 그 좁은 창틀 사이로 칼을 이리저리 휘저을 때는 긴장감이 최고치에 다다른다.


이정재가 마음에 든 장면으로 꼽은 태국 '셔터 신'에선 이정재만의 장기가 엿보인다. 현지 조직과 맞붙은 액션신에서는 눈을 희번덕거리는가 하면,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장정 여럿을 처리한다. 이후 얼굴에 튄 피를 얼음을 닦는 행동에선 섬뜩한 기운이 얼굴에 흐른다. 후반부 인남과 마지막 추격전을 벌일 때 그의 눈빛은 더 강렬하게 튄다. 레이가 더 인남을 몰아붙일 수록 관객 역시 극에 빠져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레이가 관객의 뇌리에 콕 박힌 건 배우의 얼굴에서 나온 카리스마 덕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가 악역을 맡으면 흥행한다'는 영화계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이정재는 악역 연기에 능하다. 다양한 상상력을 넣을 수 있어 악역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도둑들' 뽀빠이를 통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인물을 연기했다. 날렵한 턱선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캐릭터와 잘 맞물리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암살' 염석진 캐릭터를 통해서 이정재의 얼굴은 또 진화했다. 독립운동가에서 변절하는 모습을 이중적인 얼굴로 그려냈다. 극 후반부,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뻔뻔한 얼굴로 연기해 호평을 얻었다.


'관상' 수양대군은 빼놓을 수 없는 악역이다. 이정재는 수양대군을 광기와 욕망에 사로잡힌 얼굴로 표현했다. 수양대군의 남성성을 부각하기 위해 특수분장으로 얼굴에 흉터를 만들기도 했다. 탄성을 자아내는 수양대군의 첫 등장신부터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배우에게 악역은 어려운 숙제다. 마냥 '나쁜 놈'이 아닌 매력적인 '나쁜 놈'으로 그려야 한다. 이정재는 이 어려운 일을 말끔하게 해냈다. '나쁜 놈'이지만 이상하게 '좋은 놈'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자꾸 손이 가고 끌린다. 서늘할 때 더 빛나는, 이정재의 얼굴이다.

데일리안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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