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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겁난다”…태양광시설 주민들 잠 못 드는 밤

입력 : 2020-08-11 06:00:00 수정 : 2020-08-11 0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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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홍수 조절기능 약화시켜 발생
충주·제천·철원·남원 등 토사 유출
주변 농경지 덮치고 도로 안전 위협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발전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태양광시설이 들어서기 전에는 산사태가 거의 없었습니다.”

10일 경북 고령군 운수면 봉평리에서 만난 한 주민(65)은 “지난달 23일 집중호우 때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산에서 토사가 유출돼 주택가로 밀려 내려왔다”며 “태양광시설이 없었다면 이런 걱정도 안 했을 텐데, 비만 오면 산사태로 인한 토사가 집을 덮칠까 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긴 장마로 인한 폭우로 무분별하게 설치한 태양광시설이 붕괴하거나 유실되는 피해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임야에 설치된 태양광시설은 산의 홍수조절기능을 약화시켜 산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자연재해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선 시설물 점검 및 보강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지역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 때문에 물난리 속에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실정이다. 고속도로변 등 교통량이 많은 도로 주변 임야에 설치된 태양광시설 또한 집중폭우를 견디지 못하면 언제든 도로를 덮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운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이번 장마 때 가장 많은 태양광시설 10곳이 무너져 내리는 등 수해가 발생했다.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선 태양광시설 주변 토사가 유출돼 농경지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신니면에서는 태양광시설의 토사가 버섯재배 농가로 흘러들어 피해를 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한 태양광시설이 집중호우에 토사가 밀리면서 무너져 내렸다. 제천시 제공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와 구곡리, 대량동 3곳에서는 태양광시설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인근 농경지 일부가 매몰됐다. 태양광시설에 의한 피해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헌 공전1리 이장은 “수일째 응급복구공사를 하고 있지만 계속 비가 내려 어려움이 많다”며 “태양광시설이 폭우에 허물어지면서 토사와 섞여 농경지를 덮쳤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에서도 태양광시설이 호우에 무너져 내려앉았다. 태양광시설 옹벽이 물살에 힘없이 터지면서 흙더미가 인근 농경지를 뭉갰다. 인근 갈말읍 한 태양광시설에서도 수해가 났다. 이곳은 2년 전에도 옹벽이 무너져 보강공사를 했지만 또다시 수해를 입었다. 갈말읍 주민들은 “태양광시설이 들어선 뒤 수시로 수해가 나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예전에는 비가 와도 이렇게 산사태가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인 태양광시설에서 집중호우로 토사가 유출됐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현행법상 문제가 없어서 결국 허가가 났지만 수해로 인해 주민들만 피해를 입었다. 마을 주민들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면 울창한 산림이 파괴되고 체험 휴양마을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강원 철원 갈말읍의 태양광시설. 철원군 제공

전국 태양광시설에서 토사 유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잇단 호우로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강원 춘천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실종된 5명 가운데 춘천시청 소속 주무관 이모(32)씨 시신이 이날 오전 8시쯤 실종 지점으로부터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충주·고령=윤교근·배소영 기자, 전국종합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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