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원피스가 천박? 그들은 그렇게 꼰대를 인증한다
[이현파 기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4일, 류호정 의원은 랩 원피스와 스니커즈 운동화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나섰다. 20대 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패션이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패션임이 분명했다. 류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청바지와 반바지 등 편안한 패션을 추구해온 바 있다.
이것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지켜야 할 '격식'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소위 'T.P.O(시간, 장소, 상황)'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정불변의 드레스 코드를 정한 주체는 누구인가. 무채색 정장이 곧 국회의원의 유니폼이라고 정한 사람은 없다.
농민 출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생활 한복을 고수했으며,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4월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백바지'를 입은 채 등원해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당시 개혁당 의원이었던 유시민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 똑같은 것보다는 조금 다른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에 입고 나왔다."
▲ 2003년 4월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복장시비로 선서를 하지 못했다. 사진은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전 유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있는 모습.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7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 장면. |
ⓒ 남소연 |
안타까운 것은, 이 의상을 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자세였다. SNS의 일부 사용자들은 류 의원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성희롱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중장년층이다.)
이러한 발언을 하는 사람 중에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자신의 프로필에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의 언사는 진보와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반동적이며, 혐오적이었다. 류호정 의원을 비판하고 싶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그의 공적 활동과 발화를 가지고 비판하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연남동이나 건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으로 가 보자. 류 의원의 복장은 아주 보편적이고 편안한 여름철 패션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민의의 전당에 갔을 때 '천박'해진다면, 그 민의의 전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공간이란 말인가?
이 사건이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로 삼는다는 것이다. 남성 정치인의 복장이 성적인 언어로 공격당하는 경우는 없지만, 일상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한 여성 정치인에게는 이중규범이 적용된다.
돌을 던지는 이들은,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구분 짓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혐오적 발언이 크게 불거진 것은 여당 지지자 그룹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여야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파열음이 재차 빚어질 수 있다.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끊임없이 진보를 대면할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못한 성원들은 이와 같은 촌극을 만들어낸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낡은 가치관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십 년 후, 역사가 이 해프닝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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