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가요계 싹쓸이하는 비결은?

김경욱 2020. 8. 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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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새로움에 3인방 스타파워 시너지
'쌍방향 소통' 통한 캐릭터 구축도 영향
한쪽에선 "방송 업은 불공쟁 경쟁" 비판도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의 비(왼쪽부터), 이효리, 유재석. <놀면 뭐하니?>(MBC) 제공

대세 중의 대세로 떠올랐다. 혼성그룹 ‘싹쓰리’(이효리, 유재석, 비) 이야기다.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꾸려진 이 프로젝트 그룹은 노래뿐만 아니라 방송,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문화계 ‘핫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불과 두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그룹의 놀라운 결과물이다.

3일 현재 이들의 노래는 단체곡, 솔로곡 가릴 것 없이 주요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최정상 아이돌이 컴백했을 때 나타나는 이른바 ‘음원 줄 세우기’가 이례적으로 멤버 전원이 30~40대 기혼자인 싹쓰리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지니뮤직 실시간 차트를 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싹쓰리 솔로곡인 이효리(린다지)의 ‘린다’(LINDA)가 1위를 차지했다. 윤미래가 피처링한 곡이다. 이어 타이틀곡인 ‘다시 여기 바닷가’가 2위, 비(비룡)와 마마무가 함께 부른 ‘신난다’가 3위에 올랐다. ‘그 여름을 틀어줘’는 4위를 기록했고, 유재석(유두래곤)과 광희의 ‘두리쥬와’는 5위에 진입하면서 1위부터 5위까지를 “싹쓰리가 싹쓸이”했다.

24시간 누적 이용량을 기준으로 하는 멜론과 플로 차트에서도 ‘다시 여기 바닷가’가 1위를 차지했다. ‘그 여름을 틀어줘’는 각각 3위와 2위에 올랐다. 싹쓰리는 지난달 11일 듀스의 ‘여름 안에서’ 리메이크곡을 시작으로 타이틀곡 ‘다시 여기 바닷가’(18일), 후속곡 ‘그 여름을 틀어줘’(25일), 멤버들의 솔로곡(8월1일)을 4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올여름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다.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의 유재석(왼쪽부터), 이효리, 비. <놀면 뭐하니?>(MBC) 제공

이들의 인기에 1990년대 혼성그룹 댄스 음악도 덩달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는 혼성 댄스 그룹 전성기를 이끈 ‘쿨’의 노래를 아이돌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발표하는 ‘피버뮤직 2020 쿨 썸머 프로젝트’를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이어간다. 1990년대에 활동한 ‘자자’는 지난 2일 자신들의 히트곡 ‘버스안에서’를 편곡해 ‘버스안에서 2020’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발표했다. ‘코요태’는 혼성그룹 유피(UP)의 인기곡 ‘바다’(1997년)를 리메이크해 지난달 17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1990~2000년대 인기 작곡가 주영훈과 협업해 90년대풍 신곡 ‘아하’를 내놓기도 했다.

싹쓰리 열풍은 가요계를 넘어 패션, 유통 등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패션브랜드 스파오가 싹쓰리와 협업해 지난달 24일 출시한 ‘스파오×싹쓰리’ 상품은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됐으며, 각종 유통·식음료 브랜드들은 ‘싹쓰리’란 이름을 넣은 기획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싹쓰리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추억’과 ‘새로움’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가 장악한 가요계에서 1990년대 특유의 편안한 음악을 장착한 싹쓰리는 3040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준다”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그동안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음악을 소비해온 모습과 달리, 싹쓰리는 옛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노래와 안무로 ‘그때 그 시절’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며 “린다지, 유두래곤, 비룡 등 ‘부캐(부캐릭터) 놀이’를 충실히 이행하며 젊은층의 환호를 끌어낸 점도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놀면 뭐하니?>(MBC) 제공

멤버들의 스타파워와 함께 <무한도전>(MBC) 시절 ‘고속도로 가요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을 통해 검증된 김태호 피디(PD)의 기획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싹쓰리는 이효리, 비, 유재석이라는 화제의 인물에 <무한도전> 시절부터 대중가요의 특정한 흐름을 예능 콘텐츠로 뽑아내는 재능이 있었던 김태호 피디의 노하우가 결집한 결과물”이라며 “화제의 아티스트를 불러 예능 출연자와의 협업 과정을 공개하고 음원을 발표했던 ‘고속도로 가요제’의 기본 틀에, 정식 그룹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관찰예능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한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도 중요한 인기 요소로 꼽힌다. 한동윤 평론가는 “싹쓰리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룹 이름은 물론 멤버들의 활동명을 팬들의 제안을 받아 결정하면서 팬들이 ‘싹쓰리 결성에 기여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며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캐릭터를 잡고, 서사를 쌓아간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에서는 싹쓰리 열풍과 관련해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정상급 가수와 제작진 섭외뿐 아니라, 방송을 통한 전폭적인 홍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헌식 평론가는 “방송사가 음반 기획사를 차려 음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시청자와 음악을 듣는 이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싹쓰리는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일부 공익성·공공성을 가진다. 한 종합편성 채널의 트로트 경쟁 프로그램 등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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