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와 지지자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맹신'

김향미 기자 입력 2020. 7. 30. 14:05 수정 2020. 7. 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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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약을 들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더불어 브라질 종교계가 말리라아 치료제 유사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를 선전하면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맹신’에 가까워졌다고 미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CQ는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브라질 의학계에선 부작용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HCQ 사용을 계속 부추겼는데, 대통령의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8일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만난 보우소나루 지지자인 펠리페는 CNN에 “대통령의 음성 판정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며 HCQ의 효능에 대해 설명했다. CNN은 “펠리페의 설명은 공인된 기존 연구 내용과는 다른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됨으로써 이들의 믿음은 더 굳건해졌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코로나17 양성 판정을 받았고, 관저에서 격리 생활을 하다가 25일 4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치료’ 기간 내내 HCQ를 홍보했다. 특히 “복용하고 12시간 지나니 100% 낫더라”“내가 살아있는 증거다” 등 본인 경험을 강조했다. 복음주의 교회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믿고, HCQ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리아 한 교회의 윌버트 바티스타 목사는 “우리 교회 신도 중엔 아무도 죽지 않았다”며 “HCQ를 복용하고 나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목사는 설교 중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브라질 교회 신도들 모습. CNN 홈페이지 캡처

호제리우 카르발류 노동자당 의원은 지난 13일 TV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치료제가 있으니 코로나19가 통제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정치 블로거 메르셀로 이디아르테는 “경제 부양을 위해 사람들이 다시 일하기 원하는 대통령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 ‘플라시보’(위약) 카드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브라질야후 보도를 보면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산 후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계열 약물 소비가 358% 증가했다. 브라질에서 클로로퀸 계열 약물을 제조·수입·판매할 수 있는 제약사 5곳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측근 소유이거나, 아들이 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29일 현재 브라질 내 누적 환자는 255만여명이고, 사망자도 9만명을 넘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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