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에도 건재한 '공일오비' [문화프리뷰]

2020. 7. 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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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대중음악의 기본 가치는 대중과의 교감이다. 기쁨, 슬픔, 외로움, 누군가를 향한 설렘이나 그리움 등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을 다룸으로써 대중과 친분을 맺는다. 대중과의 교감은 보편적인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가 공통적으로 목격하는 세상의 이모저모를 담는 일도 공감대 형성의 중대한 면을 차지한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그룹 ‘공일오비(015B)’는 이 조건을 만족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공일오비의 장호일(왼쪽)과 정석원

참신한 서정성은 공일오비 노래의 으뜸 매력이었다. 1990년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한 나머지 몇 번이나 전화를 걸려고 하지만 주저하는 화자의 모습을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라는 가사로 에둘러 나타냈다. 저 시절 공중전화 통화요금 20원이 화자의 상태를 극적으로 서술해 처연함을 키웠다.

변함없는 일상에 대비해 이별 후에 느끼는 상실감을 부각한 4집의 ‘모든 건 어제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과 결혼한 옛사랑의 아이를 매개로 이별을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의 연인을 기억에 붙잡아 두려는 한 남성의 연모를 묘사한 5집 수록곡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 등 여러 노래에서 공일오비의 사랑노래가 비범한 표현법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가사는 특별함을 내보이는 가운데 사랑과 이별 때문에 생겨나는 갖가지 감정을 폭넓게 포섭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텅 빈 거리에서’를 수록한 공일오비 1집

사회와 밀착한 내용도 공일오비의 특징이었다. 이 역사는 당시 환경처 대표 전화번호를 제목으로 내건 2집의 ‘4210301’로 시작된다. 노래는 소음과 매연 등 굽은 물고기 등을 언급하면서 날로 심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 경고했다. 그룹은 3집의 ‘적(敵) 녹색인생’에서 또 한 번 환경문제를 다뤘다. 일회용 제품의 범람, 궁상맞아 보일까 봐 식당에서 음식을 어느 정도 남기는 행위 등 누구나 일상에서 접하는 일들을 기록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환경보호 캠페인송을 만들었다.

4집의 ‘제사부(第四府)’와 ‘교통 코리아’로는 각각 진실 보도에 무책임한 옐로저널리즘과 일부 운전자들의 폭력적인 운전 습관을 비판했다. 5집의 ‘결혼’은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두려 하고, 화려한 예식을 추구하는 천박한 결혼문화를 꼬집었다. 지금도 여전히 논의 대상에 오르는 사회문제들을 지적함으로써 공일오비는 현상을 관조하는 날카로운 시선도 뽐냈다.

다채로운 스타일도 장기이자 매력이다. 아레나 록(‘저 하늘 위로’), 하우스 음악(‘아주 오래된 연인들’), 레게(‘수필과 자동차’), 서프 음악(‘신인류의 사랑’) 등 공일오비는 매 앨범에서 다양한 양식을 소화했다. 계속해서 표현 영역을 넓히는 중에도 견고함까지 겸해 이들의 음악은 더욱 근사하게 느껴졌다.

공일오비는 청춘의 사랑,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노래함으로써 젊은 세대와 가깝게 호흡했다. 강한 대중성과 더불어 예술성도 갖췄다. 멋진 활동은 오늘날에도 건재하다. 공일오비는 지금도 매달 신곡을 선보인다. 작품성에 근면함이 더해져 데뷔 30주년이 더더욱 빛난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주간경향 표지이야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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