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칼럼] 수도권 집중 못 막으면 나라 망한다

성한용 2020. 7. 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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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태는 이 시대 최고의 모순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대부분 부동산 사태에 연결되어 있다. 악마와 손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주식 시장 활성화, 행정수도 이전, 개헌, 지역균형 발전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1차 회의에서 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두번째)과 추진위원인 김두관 의원(네번째)으로부터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전달받고 있다. 왼쪽부터 추진단 간사 이해식 의원, 우원식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 김두관 의원, 부단장 박범계 의원, 추진위원 김민석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기득권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몇 가지 허위의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땅속에 영원히 가두려 한다.

첫째, 그가 이념적이라는 주장이다. 전혀 아니다. 그는 실용적인 정치인이었다. 구태여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2002년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다는 주장이다. ‘재미 좀 봤다’는 말이 근거다. 전혀 아니다. 재미 좀 본 것은 선거의 결과일 뿐이다. 정치인은 누구나 선거에서 공약을 대가로 표를 얻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재미 좀 보려고 개혁을 공약했을까? 웃기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재미 좀 보려고 경제 살리기를 공약했을까? 웃기는 얘기다. 공약은 타당성과 실천 여부로 평가해야지, 선거에서 재미 좀 본 것으로 따지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년 동안 지역 분열 정치구도에 맞서 싸웠다. 그동안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서울이 문제였다. 권력과 돈이 집중된 서울을 장악하려고 영남과 호남, 충청까지 가세해 싸우는 것을 지역 분열의 근본 원인으로 그는 파악했다.

처방도 나왔다. 서울의 권력과 돈을 쪼개고, 지역균형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두 가지였다.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 발전은 지방분권이라는 2002년 시대정신에 충실한 정책 공약이었다. 당시 선각자들은 지방분권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들은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외쳤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악을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서울 사람’이 아니라 ‘지방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은 중앙집권 세력인 이회창 후보와 지방분권 연합 세력인 노무현 후보의 한판 승부였다. 결과는 지방분권 연합 세력의 승리였다.

서울에 기반을 둔 중앙집권 기득권 세력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열한 수단으로 ‘지방의 반란’을 진압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무산됐다. 대안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마저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무산시키려고 했지만, 다행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았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16년이 흘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었다. 권력과 돈은 점점 더 서울로 빨려들고 있다. 부동산 사태가 온 나라를 갈기갈기 찢으며 격차를 점점 더 벌이고 있다.

첫째, 지역 격차다. 부동산은 수도권의 문제다.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 탓이다. 지방에는 부동산 문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세대 격차다. 중장년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쌓았지만, 청년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지고 있다. 청년은 중장년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셋째, 계급 격차다. 대한민국 사람은 서울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한 1등 국민,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2등 국민, 그리고 나머지 3등 국민으로 재편되고 있다.

격차가 더 벌어지면 폭동이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득권 세력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2002년 지방분권 선각자들의 예언대로 수도권 집중 때문에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자”고 제안했다.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국가 중대사를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부동산 사태가 바로 국가 중대사다.

현실적으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반대 때문이다. 정권을 되찾아 오면 되는데 기득권을 왜 놓으려 하겠는가.

2년 뒤 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사태가 해결될까? 수도권 집중이 완화될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인 대구가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부산이 대한민국 2등 도시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림없다.

부동산 사태는 이 시대 최고의 모순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대부분 부동산 사태에 연결되어 있다. 악마와 손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주식 시장 활성화, 행정수도 이전, 개헌, 지역균형 발전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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