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새 싸움꾼은 막내..이민호 "관중 있으니 재미있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0. 7. 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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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LG 이민호

LG 신인 우완 이민호(19)는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섰다. 올시즌 처음으로 관중이 입장하는 날이었다.

LG가 가장 열세를 보이고 있는 두산전인 데다 첫 관중 입장 경기라 신인 투수에게는 잔뜩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경기였지만 류중일 LG 감독은 “오히려 즐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소 표정이나 훈련을 통해 지켜본 이민호의 성격이 워낙 대범해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배짱 있는 승부를 할 줄 아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류중일 감독의 예상대로, 이민호는 데뷔후 첫 대면한 LG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5이닝 동안 101개를 던져 5안타 3볼넷 4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1-2로 뒤지던 6회말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승리투수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천적’ 두산을 상대로 보여준 막내의 물러서지 않은 투구에 LG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민호는 이날 4회말 1사후 최주환과 16구까지 승부했다. 앞서 2회말 최주환에게 2점 홈런을 내준 뒤였다. 볼카운트 1-1에서 잘 넣은 공을 계속 파울로 걷어내는 선배 타자 최주환의 끈기에 이민호도 악착같이 직구, 슬라이더, 커브로 바꿔가며 승부했다. 무려 11개나 파울을 걷어낸 최주환에게 풀카운트에서 결국 볼넷을 내줬지만, 또 지고 싶지 않아 이를 악 물고 던지는 이민호는 모든 팀 팬들이 원하는 싸움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구 수 100개가 넘어간 6회말 볼넷과 안타로 무사 1·2루 위기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간 이민호의 승부욕은 멈추지 않았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도 경기에 집중했다. 2사 만루까지 채워진 뒤 정우영이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자 더그아웃에 있던 이민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날 LG는 선발 이민호가 두산 강타자들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고 끌어준 덕에 7회초 역전해 4-3으로 승리했다. 2승1패로, 올시즌 두산 상대 첫 위닝시리즈를 거둔 경기였다.

이민호는 현재 정찬헌과 번갈아 5선발로 투입되고 있다. 신인 투수 관리 차원이지만 등판 간격이 상당히 길다. 이번에는 우천취소가 겹쳐 2주 만에 선발로 나섰다.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를 위한 의도지만 이민호는 불규칙한 등판 간격에도 감을 잃지 않고 씩씩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자책이 2.00으로 LG 선발진 가운데 가장 좋다. 2승(2패)에 그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등판한 5개 팀을 상대로 모두 1~2점대 고른 평균자책을 보이고 있다. 확 무너지는 경기가 한 번도 없다. 그 중 구원 등판 2회를 포함해 총 4경기 나선 두산전에서는 평균자책 2.57을 기록하고 있다.

천적인 팀을 상대로는 누구든 부담을 안고 던진다. 올시즌 두산 상대로 개막전 승리 뒤 6연패까지 당했던 LG는 현재 상대전적 4승8패를 기록하고 있다. 원래 LG에서 두산에 가장 강했던 차우찬도 올해는 개막전 승리 이후 미끄러져 두산전 평균자책이 11점대로 솟아있다. 윌슨과 켈리도 모두 두산전에서 4~5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해 믿을 구석이 사라지던 중 막내 이민호가 가장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민호는 선두 NC를 상대로도 지난 11일 등판해 역시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6.2이닝 4안타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강팀에 더 강하다.

데뷔후 처음으로 관중 앞에 선보인 이민호는 “경기 전에는 전보다 조금 더 긴장됐는데 막상 시작하니 긴장은 풀리고 재미있었다. 응원 소리를 들으니 더 좋았던 것 같다”며 “어느 팀과 경기하든 시작하면 내 공 던지는 데만 집중한다. 내가 승리하고 못하고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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