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반도' 구교환 "또 선물처럼 궁금한 영화를 만나고 싶다"

이혜리 기자 2020. 7. 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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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서울경제] 신선하다. 저 배우는 어디에서 튀어나온 걸까. 실제 말투도 저럴까? 대부분의 관객들이 ‘반도’를 보고 난 뒤 이런 생각 한번쯤 하지 않을까. 호기심으로 꽉 찬, 요즘 가장 핫하다는 배우 구교환 이야기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반도’에서 구교환은 무자비한 631부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지휘관 서 대위로 등장한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음성, 무언가에 취한 듯 나른한 눈빛, 광기 서린 얼굴로 희망을 잃은 나약함과 그로부터 오는 잔인함은 객석을 꽉 조여온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듯한 예측할 수 없는 ‘말’은 단연 그를 돋보이게 한다.

스크린 속에서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은 인터뷰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사람의 마음은 계속 바뀌는 거잖아요”, “‘반도’로 인터뷰를 하게 될지 몰랐어요”, “굳이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요”, “규정짓지 않으려고 해요”, “활동 계획은 기다리고 있는 게 계획입니다” 등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답변은 듣는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그만의 힘이 있었다.

쏟아지는 관심과 칭찬에 수줍어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영화적 소신을 풀어냈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구교환은 ‘반도’를 본 관객들의 감상을 해칠까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며 힘겨워(?)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구분을 짓지 않고 ‘관객을 만나기 위해 영화를 한다’는 소신은 아주 단단해보였다.

Q. 요즘 정말 핫하다. 인기를 실감하나. -오늘에서야 관심을 느낀다.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감상을 전해 들었다. 서 대위에 대한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시더라. 나도 서 대위를 궁금해하며 출발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서 대위의 전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았는데, 내가 서 대위에 대해 궁금했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Q. 그럼 서 대위의 전사에 대해 생각하고 연기한건가. -순간순간 이미지를 생각해봤다. 민정(이정현)과의 관계와 닿지 않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 그리고 민간인 구조를 하고 있는 서 대위의 모습 등의 단서들이 배우로서 알고 있던 전사다. 그 이미지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작품 속 서 대위는 죽어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굉장히 (과거로)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기다리다 기다리다 시간이 멈췄고 완전히 (정신적으로)붕괴된 상태다. 물론 중간 중간 희망도 품었겠지.

Q. 캐릭터가 정말 독특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건 내가 의도하고 한 것이 아니라 보는 분들이 생각한 것 같다. 나는 독특했다기보다 서 대위의 순간순간 진심대로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관이고, 그가 그린 서 대위를 온전히 스크린에 옮기는 게 내 일이었다. 그 가운데 연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내 호흡이나 리듬감을 존중해 주셨던 것 같다.

구교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첫 등장부터 엄청나게 강렬했다.

-처음으로 연상호 감독과 미팅을 하는 날, 제일 먼저 보여주셨던 게 서 대위를 그린 얼굴이었다. 그 눈이 계속 기억난다. 쉽게 읽히지 않는 눈이다. 붕괴된 채로 희망도 없는 것 같고, 이상하면서도 궁금한 눈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걸 옮기려고 노력했다. 사실 (서 대위의) 그 마음들은 굉장히 복합적이었을 것이고, 위태롭고 불안했을거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뭔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같았다는 점이다.

Q.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후반부 카체이싱을 상상해봤다. 이 장면들이 과연 실현이 되면 굉장한 쾌감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4DX로 봤는데, 정서적 쾌감과 함께 물리적 쾌감이 느껴졌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레(준이 역)의 질주 이미지가 계속 남았다. 사실 ‘반도’의 모든 인물이 궁금했던 것 같다. 황 중사(김민재)는 왜 참치캔에 집착하는지 사소한 것에서부터 질문하면서 만들어갔다.

Q. 영화에서 서 대위는 황 중사와 악역으로 나오지만 대비되는 캐릭터다. 서 대위는 악인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 대위처럼 조용하게, 패턴을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야 말로 무섭다. 극의 후반부에 두 장면에서 나오긴 하는데 아마 서 대위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변칙적인 모습 때문일 것이다. 황 중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본능적으로 그런 모습이 장착돼있는 것이다. 강력한 악인처럼 안 느껴질 수도 있고, 각자의 감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라는 생각보다 ‘서대위는 누구인가’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서 대위의 과거에 대한 정보도 있었는데, 답을 찾지는 않았다. 답을 찾을 수도 없고···. 연기할 때마다 인물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답을 내리는 순간 경직되게 표현할 것 같았다. 다만 서 대위는 문제적 인물인 만큼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정서적으로 붕괴된 상태를 연기하는 부분에는 어려운 점이 없었나. -없었다. 서 대위와 나를 일체화 시키지 않았다. 다가가는 방법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 대위가 어떤 상태라는 것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매 순간 단순하게 접근했다.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데 계속 바뀌는 사람이다. 결국에는 규정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구교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반도’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영화를 기술시사, 언론 시사 때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어느 장면에는 미장센이 더 보이는 것도 있고, 어떤 장면은 배우의 표정이 더 잘 보이기도 하고. ‘반도’가 전하는 메시지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인 것 같다. 지옥 같은 곳에서도 함께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됐다.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Q. 상업영화로는 첫 출연이다. -‘메기’ 다음 작품이었다. 연상호 감독과 동료 배우들이 편안하게 해주셨고, 특별히 (독립영화와) 분리해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Q. 그동안 상업영화에서도 많은 러브콜 왔을것 같은데. -내가? 나는 선택 받는 입장이다.(웃음) 개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작품들을 고사해서 아쉬웠는데, ‘반도’는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Q. ‘반도’ 감상평 중에 “강동원 보러 갔다가 구교환한테 반했다”는 반응이 있었다. -재미있게 봐주신 표현인 것 같다. 저에게 반했다고 하는데 (기분은) 좋다. 관객들과 만나려고 작업하는 거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하다. 서 대위를 보고 불편하게 생각해도 좋다. 그것도 제대로 전달이 된 거니까. 여러 감상들이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랬었고.

구교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작품 선택 기준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장 우선시한다. ‘서 대위는 왜 붕괴가 됐을까’, ‘현재 상태는 무엇인가’ 계속 질문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누군지 알겠고, 선명하게 정해놓으면 재미없지 않나. 황 중사나 김 일병도 촬영하면서 누군지 알았다. 처음으로 마주하는데, 그 반응에서 서 대위가 또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Q. 배우는 관객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인데,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 -흥행 스코어보다는 관객을 많이 만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이 그냥 내 모습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 한 번 생각나는 배우이자 그 인물이 되고 싶다. 나에게 있어 영화의 완성은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다. Q. 직접 영화도 만드는데,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나 감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를 것도 같다. -배우로서는 호기심이 가는 인물, 궁금한 인물을 만나고 싶고 영화 안에서 쓰임새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감독으로서는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뭔가 거창한 욕심은 없다. 관객들 만나는 것만큼 대단한 일이 없지 않나. Q. ‘말을 조리 있게 못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다’고 했는데, 인터뷰도 힘들 것 같다.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서 대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과 내가 만들었던 영화를 말하는 것에 있어서 (관객들의) 감상을 해칠까봐 말을 아낀다. 분명 관객 개인의 감상이 있을 텐데 그걸 딱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말을 잘 못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맞다.(웃음)
구교환/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목소리가 특이하다는 평가가 많다. 언제부터 특이하다고 깨달았나. -친구 음성사서함에 남긴 내 목소리를 듣고 알았다.(웃음) 누구나 자기 목소리는 어색해 하지 않나. 사람 마음은 계속 바뀌는 거니까. 내 목소리가 싫을 때도, 좋을 때도 있지만. 싫고 좋고를 따질 게 아니라 이게 나다.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를 바꿔서 연기할 수도 없다. Q. 향후 활동 계획은. -다음에 어떤 작업을 할지 나도 궁금하다. 알 수 없을 것 같다. 선물처럼 내가 궁금하고 호기심이 있는 영화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활동 계획은 기다리고 있는 게 계획이다.(웃음) Q. 처음 배우를 꿈꿨을 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나.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그냥 연기 잘 하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마음은 당연히 똑같다. 사실 나는 연기가 뭔지 모른다. 연기는 함부로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연기를 하고 싶었고, 마음이 계속 똑같으니까 연기를 한다. Q. 연기를 왜 좋아하나. -(내 자신에게) 문득문득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좋은 동료를 만났을 때나 내가 어떤 장면을 해냈을 때 등이 있다. 연기를 하는 행위 자체가 글로 있던 걸 옮기는 거다. 어휴 너무 심층적인 질문이다.(웃음) 잘 몰라서 계속하는 것 같다. 궁금해서 계속하는 거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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