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편살>'칼로리 계산기' 김대리도 김밥에 꽂혔다

손기은 기자 2020. 7.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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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엄마가 싸주던 4050 ‘추억의 음식’ 김밥이

‘혼밥시대’ 2030 직딩들의 최고 간편식으로 진화했다

2000원대 가성비 김밥부터 꽃나물·전복 든 프리미엄까지…

‘한끼 때우기’ 아닌 제대로 ‘밥심 충전’… 김밥을 영접한다

‘4만3212개.’

전국의 김밥 전문점과 김밥을 파는 분식집의 개수다(통계청 서비스업 조사). 이들 김밥집이 하루 100줄의 김밥을 만다고 가정하면, 전국에서 하루 432만 줄의 김밥이 소비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김밥 가격은 2485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국의 김밥집 하루 매출은 107억3500만 원에 이른다. 하루에만 400만 줄 넘는 김밥이 팔리고, 100억 원 넘는 금액이 김밥값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김밥학개론 = 대한민국은 언제, 어떻게 ‘김밥천국’이 됐을까. 농촌진흥청이 2017년 발간한 ‘김밥본색’ 보고서를 보면, 자생설과 유래설로 김밥의 유래를 설명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시대부터 김을 먹었고, 정월대보름에는 복쌈(김이나 배춧잎과 같은 넓은 잎에 밥을 싸서 먹는 쌈)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나와 있다. 이 기록이 자생설의 근거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김초밥(후토마키) 중 굵게 말아내는 ‘노리마키’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김밥은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김밥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담겨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스토리’가 음식에 입혀져 있다. 이병률 시인은 ‘사랑하는 날에는 김밥을 싸야 한단다. 모든 것을 곱게 펴서 말아서 굴리게 되면 좋은 날은 온단다’며 사랑과 희망의 감정이 김밥에 담겨 있다고 노래했다. ‘혼밥’트렌드에도 김밥은 정확히 부합한다. 김밥 외에 싼값에 한 끼를 혼자 즐길 수 있는 다른 포장음식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또 김밥 안에 단무지 등의 반찬이 들어 있어 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최근 사회 트렌드에도 맞는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밥은 취향이 다변화된 개인들의 기호를 잘 수용할 수 있는 대표적 음식”이라며 “‘혼밥 시대’를 맞아 김밥의 존재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줄 서서 먹는 서울 ‘3대 가성비 김밥’ = 직접 먹어봐야 제대로 안다. 취재진은 최근 꽤 이름을 날리는 서울 시내 김밥집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프리미엄 두 기준으로 나눠 직접 찾았다. 지난 7일 오전 ‘2000원 김밥’으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의 ‘싱싱나라김밥’ 앞에는 1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집은 한 종류의 김밥만을 판다. 김밥에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메뉴판도 없다. 특출나지 않은 김밥 앞에 과한 수식어를 단 다른 김밥집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 김밥은 고소함으로 요약된다. 깨가 잔뜩 들어간 송편의 맛이 떠오른다.

고소함은 깨에 버무린 시금치에서 나온다. 우엉, 당근, 햄, 계란, 단무지 등의 기본 재료를 쓰면서 시금치에 특별히 포인트를 줬다. 이 김밥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100원)의 반값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입꼬리는 더 올라간다.

서대문구 ‘연희김밥’도 가성비 김밥 분야 대표 주자다. 2500원짜리 연희김밥은 맛 밸런스가 훌륭하다. 어묵, 계란, 우엉, 당근, 오이, 단무지, 맛살 등 그 옛날 소풍 갈 때 어머니가 싸주시던 흔한 김밥 재료를 그대로 쓴다. 배인자 연희김밥 사장은 “김밥에 별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며 “그냥 서민 김밥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종로구 광장시장에 있는 ‘원조누드김밥’은 2500원에 참치마요 고명이 올라간 김밥과 잡채를 내준다. 동네 반찬가게에서 5000원 안팎에 파는 잡채가 푸짐하게 담긴 접시를 받아들면,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점심시간이 지난 6일 오후 2시에도 10분을 기다려야 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시그니처 재료로 승부하는 프리미엄 김밥 = 많은 사람이 한 끼를 때우기 위해 김밥을 마주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김밥을 ‘영접’하는 이도 적지 않다. 외식업계는 이런 수요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종로구 ‘조선김밥’을 먹으면 든든한 한 끼를 먹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4800원짜리 조선김밥에는 햄, 계란, 맛살, 당근, 단무지, 우엉, 꽃나물이 들어간다. 고소하고 향긋한 꽃나물이 이 집의 시그니처 재료다. 미역국, 멸치볶음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모든 음식은 사기 접시에 올려져 상에 오른다. 근처 현대, SK, KT, GS건설 등의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서초구 ‘서호김밥’은 제대로 된 소고기김밥을 선보인다. 김밥 체인 대비 2배 이상의 다진 소고기를 김밥에 꾹꾹 눌러 말았다. 김밥에는 다진 소고기와 함께 우엉, 당근, 계란, 단무지, 시금치가 들어간다. 센 불에 볶아 풍미가 올라온 소고기와 깔끔한 시금치의 조화가 좋다. 마포구 ‘제주김만복’ 홍대연남동점은 전복김밥으로 유명하다. 다만, 전복이 통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전복 내장에 볶은 밥을 사용한다. 1줄에 6500원이라는 가격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강남구 ‘보슬보슬’의 ‘키토김밥’(5000원)은 쌀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은 김밥을 판다. 밥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계란 지단이 있다. 김밥 1줄당 계란 5알 분량의 지단이 빽빽이 박혀 있다.

손기은 기자, 전재훈·박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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