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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기 힘들다” 서지현, 박원순 죽음에 입장 표명 거부

입력 : 2020-07-13 23:00:00 수정 : 2020-07-13 17: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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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서 나 보고 ‘책임져라’… 한마디도 못 하겠다”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국내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고 심적 고통을 토로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서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박 시장)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며 “애통하신 모든 분이 그렇 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며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그러면서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박원순 시장의 전직 비서였던 피해자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대독문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이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장지 향하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골함. 연합뉴스

A씨는 박 시장의 죽음 이후 자신이 겪었던 ‘위력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힌다고 전하며 “저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 시장은 새벽까지 A씨의 진술조사가 있던 9일 오전 10시44분 서울 가회동 공관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오후 5시17분 딸의 실종신고로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박 시장은 수색 7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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