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물결 한쪽 '박원순 서울시葬' 반대 청원 6만명(종합)

양새롬 기자 2020. 7. 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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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성인지 감수성 낮은 결정"
이수정 교수 "쉬쉬하는 분위기 지탄해야"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그 배경에 성추문이 자리잡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10일 오후 2시 현재 6만여명의 동의를 받아 눈길을 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성범죄로 직을 내려놓은 바 있는 만큼, 우리 한국 사회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놀라운 사실은 박 시장이 정치 입문 전 상당 기간 인권 변호사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특히 박 시장이 무료변론으로 승소시킨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관련 소송으로, 직장내 성희롱 풍토의 시선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등으로 보폭을 넓힌 이후에도 꾸준히 '인권'을 강조해 왔다. 2018년 1월 박 시장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8년 전 일어난 성추행 사실을 폭로, 이른바 미투 운동을 촉발했을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검사를 지지한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조직 내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면서 "저도 제가 속한 조직, 서울시를 세심하게 챙겨보려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2월에 열린 서울시 여성 리더 신년회에서는 미투 운동이 100년 전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언급했고, 같은해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에는 "우리는 용기를 낸 여성들의 '미투'를 지지하고 응원해왔다. 차별과 배제, 혐오와 폭력이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길에 서울시도 늘 함께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다만 이같은 박 시장의 다짐은 그야말로 무색해진 모양새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자 법적 심판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게 되면서, 2017년부터 계속 돼온 박 시장의 성폭력을 공론화한 피해자에게 다시금 '가해'를 가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여성정책을 총괄 보좌할 젠더특보를 임명하고, 성폭력을 예방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성권익담당관을 신설한 서울시가 시청 차원에서라도 진상조사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취지에서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5일장을 반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또 향후 지방자치단체장과 기관장의 선출·임명 과정에 성인지 감수성도 포함되도록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놀랍게도 서울과 부산의 시장이 모두 성범죄 관련 여파로 공석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뉴스1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피해자가 한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고, 성추행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이라는 건 성인지 감수성이 민감하게 작동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력에 도취된 나머지 일종의 경계심을 잃어버린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피해자가 사실도 아닌 걸 문제 삼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한데 이런 분위기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라면서 "권력자 주변의 피해자를 탓하고 쉬쉬하고 덮는 분위기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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