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파 속 국내 '유령공항'에 생기 돈다는데..

박수지 2020. 7.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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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국내선 여객 붙들기 총력전
2분기 국제선 여객 전년의 2%뿐
국내선은 -38%로 그나마 선방
저비용항공사, 국내선 공략 안간힘
비인기 양양·여수공항도 취항 늘려
티웨이는 강원~영남 새 노선 딛고
여객 수송 되레 13% 증가하기도
"방역 안전 확보가 관건" 비상
발열검사·음료서비스 중단은 기본
제주항공은 '화장실 소독' 강조까지
항공동맹체는 방역 매뉴얼도 공유
그래픽_김승미

값싼 국외 항공권을 찾아 헤매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여름이 왔다. 그나마 여행객들이 눈돌릴 수 있는 곳은 국내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50명가량 발생하면서 집밖 나들이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국내선 노선을 늘리는 동시에 감염 방지책을 홍보하며 여행객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4~6월 국제선 승객 작년 2%…LCC, 국내선 확충 부심

8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올해 2분기 국내 국제선 여객수는 32만8348명으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97.8% 급감했다. 지난해의 2%만 국제선 비행기를 탄 셈이다. 예외적인 국외 방문 이외의 여행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여행 수요는 국내로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선 여객수는 524만6764명으로, 지난해 2분기와 견줘 37.8% 주는 데 그쳤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국내선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에 ‘비인기 노선’이었던 곳까지 국내선 노선이 대폭 늘었다. 유령공항이라 불리던 양양공항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이 신규 취항했다. 양양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핑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데 따른 발빠른 대응이다. 대형사들의 항공기만 오가던 여수공항도 지난 4월부터 제주공항과 진에어 등이 잇따라 취항했다.

다만 항공업계는 공격적인 국내선 확장을 두고 ‘수익을 늘린다’기보다 ‘적자를 줄인다’는 관점으로 접근 중이다. 한 엘시시 관계자는 “비행기를 세워두는 것보다는 낫다면 띄운다는 생각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있다”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티웨이항공의 2분기 수송 실적은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오히려 12.8% 늘어난 국내선 여객을 실어 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공사는 청주∼제주, 김포∼부산, 부산∼양양 등으로 국내선 노선을 크게 늘린 바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영남에서 강원도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이든 차량이든 어려웠는데, 노선이 생기면서 지역의 반응도 좋다”며 “국제선을 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동안 발견 못한 수요를 찾아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운항중 기내 화장실 소독까지 홍보하며 ‘안전’ 강조나서

항공사들이 ‘방역 안전’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여객 수요를 붙들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이후 항공사들은 공항이나 기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 실시 중이다. 탑승객에 대한 발열검사, 음료 서비스 중단 등은 기본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승객이 100% 타지 않을 때에는 중간 자리를 띄우고 배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모든 노선 일반석 자리의 구역을 나눠 뒷자리 승객이 먼저 탑승하도록 하고 있다. 승객 간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감염 방지와 관련해 나올 추가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 속에서 제주항공은 최근 운항 중 기내 화장실을 소독한다고 강조하는 별 다를 게 없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일부터 운항하는 모든 노선에서 운항 중 사물소독 스프레이를 이용해 기내 화장실 내부 및 화장실 손잡이 소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내 화장실은 해당편 승객들의 공용공간인 만큼 기내 위생을 위해 항공기 운항중에 소독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기내 상품 판매도 손수레(카트)에 담아 파는 방식 대신 고객이 요청 할 때만 파는 개별판매로 전환했다. 상품을 구매할 때에도 승객이 직접 단말기에 카드를 꽂아 결제하도록 했다. 사람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다.

항공동맹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 확산 속 항공여행의 신뢰회복을 위해 회원사 간 공동 보건·위생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타얼라이언스 26개 회원사는 승객이 항공편 간 환승을 포함한 전 여정에서 일관성 있는 보건·위생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치에는 필요시 탑승객이나 승무원에게 위생물품과 보호장구를 제공하고, 비행 중 유증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의심환자를 다루는 절차도 마련했다. 이밖에 기내 청소절차와 소독용품을 개선하는 사항 등도 포함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 탑승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진 순간 국내선 영업도 곧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방역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양양 항공권 사면 서핑 강습권 깎아줘요 플라이강원 “지역 관광업과 상생” 아시아나, 액티비티 할인쿠폰 제공 “김포에서 40분 만에 양양에 가서 서핑을 할 수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은 지난 6월 말부터 서핑전문업체 서피비치와 함께 이런 홍보 문구를 활용해 ‘에어 서핑’(Air Surfing)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포~양양 항공권과 서핑 체험 강습권을 묶어파는 상품이다. 최저 7만원(세금 별도)부터 구매할 수 있다. 항공권은 왕복 최저 2만원, 3시간짜리 서핑 강습권은 별도로 구매하면 최저 6만원인데 함께 구매하면 1만원가량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항공사 누리집에서 여정 일정 등을 선택한 뒤, 마치 기내식이나 추가 수하물 서비스를 구매하듯 원하는 서핑 강습일과 시간을 함께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플라이강원이 내놓은 이 상품은 전통적인 항공업와 관광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저희가 강원도 기반의 TCC(Tourism Covergence Carrier, 관광 융합 항공사) 모델의 항공사라고 강조해 온 만큼 지역 관광업계와 동반성장한다는 취지에서 직접 업체와 제휴해 마케팅을 진행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상품들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이강원이 말하는 티시시 모델은 항공권 판매로만 수익을 내는 기존 항공사들과 달리 관광상품까지 판매해 수익을 꾀한다. 다른 항공사들은 직접 누리집에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여행객들이 기존 호텔과 렌터카를 넘어 액티비티나 투어 이용에 관심이 높아진 점에 착안해 여행 플랫폼들과 적극 제휴를 맺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초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과 제휴를 맺고 액티비티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누리집이나 모바일 등에서 항공권을 예약하면 마이리얼트립 10% 할인 쿠폰(최대 1만원)을 제공한다. 국내외 관계 없이 여행지에서 투어나 액티비티 등의 상품을 구매할 때 할인받을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일까지 여행 플랫폼 클룩과 손을 잡고 국내여행 모든 상품의 4% 할인(최대 1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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