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 추경전 '깨알' 전수조사..등록금 반환 물밑 압박했다

신혜정 2020. 7. 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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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추경 3주전까지 전국 대학 반환실태 조사로 압박
세금으로 충당 못한다 기조.. 대학소통노력까지 조사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등이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에는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 지원 예산 1,000억원이 통과된 가운데 교육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 전 이미 각 대학의 등록금 반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특히 등록금 반환 방법과 재원은 물론 대학의 소통 노력까지 세세히 조사했는데, 이는 대학 간접 지원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대학의 반환 노력을 ‘물밑 압박’ 한 것으로 보인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추경 통과 약 3주전인 지난달 22일 이미 전국 대학의 1학기 장학금 지급 실태와 관련한 전수조사를 마쳤다. 교육부는 전국의 국공립ㆍ사립 4년제 대학교 및 전문대학 330여 곳에 현황을 요구했고, 자료보완이 필요한 일부를 제외한 296곳이 제출을 마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대응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하며 시작된 대학 재정조사와는 별개다. 오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학의 장학금 지급 노력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3차 추경 통과 조건으로 붙은 부대의견과도 일치한다. 당정은 이번 추경에서 대학 등록금 간접지원 예산으로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 지원사업’ 1,000억원을 편성하면서 대학의 △특별 장학금 등 지급실적 △대학생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각 대학의 고통분담을 통한 실질적 자구노력 정도 등을 고려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교육부가 예산 확보에 앞서 일찌감치 등록금 반환 대학을 선별 지원하기 위한 기준 마련 작업을 해온 셈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각 대학의 코로나19 관련 장학금 지급 현황 및 계획을 물었는데 그 항목은 단순 지급 여부를 넘어 지급 방식ㆍ재원까지 나아간다. 구체적으로 △장학금을 일부 학생 또는 전체 학생에게 지급했는지 △지급 인원 △1인당 지급액 △지급방법(현금, 지역상품권, 2학기 등록금 환급 등) △지급일(또는 예정일) 등이다.

특히 교육부는 장학금의 재원 조달 방식이 △공공요금ㆍ운영비 등 교비절감 △발전기금 △적립금 △코로나19 관련 기부금 △기존 장학금 지급계획 변경 등인지를 세세하게 물었다. 각 대학의 재정 여건은 물론 적립금 등 재정운용 개선 노력을 확인한 것이다. 대학에 학생과의 소통 노력 정도를 확인한 점도 눈에 띈다. 교육부는 대학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과 협의체를 구성했는지와 그 동안 △몇 번의 협의를 했는지 등을 자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같은 조사항목에 대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대학 쪽에 현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반환에 대해 교육부는 줄곧 ‘대학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실상 대학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환 노력에 나서도록 유도해온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를 계기로 등록금 반환 계획이 확정되지 않거나 협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던 일부 대학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정부가 대학에 코로나19 장학금을 지급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라 어떤 식으로든 노력을 보여야 할 텐데, 앞으로 모든 대학에 지원이 오는 건 아닌 상황에서 금액을 무조건 늘려야 할지 또는 적립금을 사용해야 하는 건지 등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기초 조사를 완료한 만큼 지원 작업은 빠른 시일 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교육부는 “이번에 책정된 예산 중 760억원은 4년제 대학에, 240억원은 전문대 지원을 위한 것으로 빠른 시일 내에 기본계획을 수립해 예산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예산은 이번 조사 대상 학교의 재학생 251만 여명(2019년 기준)에게 1인 당 5만원 남짓 돌려줄 수 있는 소액인 데다, 최근 등록금 소송에 나선 42개 대학 학생들은 상반기 등록금의 약 25%(사립대 100만원ㆍ국공립대 50만원)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대학-학생 3자간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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