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블랙핑크 스타일' 글로벌 名品이 되다

김인구 기자 2020. 7.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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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는 남성 아이돌 중심으로 펼쳐지던 K-팝의 해외 진출에 새로운 확장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은 4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 20위로 진입했다. K-팝 걸그룹 싱글로는 역대 가장 높은 순위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동그란 사진은 멤버별로 명품 브랜드를 입은 모습이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빼어난 패션감각·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멤버 모두가 해외유명브랜드 모델 활약

해외서도 주눅 안드는 영어 실력도 탁월

BTS의 아미 위협할만한 ‘블링크’ 팬덤

강렬한 랩·댄스에 자신들의 색깔 입혀

기네스 월드레코드만 5개‘고품질 뮤비’

걸그룹 블랙핑크(제니, 지수, 로제, 리사)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이 미국의 세계적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50’ 차트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고, 역대 가장 빠른 시간인 32시간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 1억 건을 넘었다. 방탄소년단으로 상징되던 K-팝에 나타난 새로운 확장이자, 변화다. 2016년에 데뷔해 불과 4년 된 블랙핑크는 어떻게 전 세계 팬을 사로잡았을까. 해답은 그들만의 ‘스타일’에 있다.

◇패션 스타일 : 인간샤넬, 생로랑의 얼굴

세계적 아이돌 그룹으로 노래와 춤 실력은 이제 기본에 해당한다. ‘섬싱 뉴(Something New)’가 필요한데 블랙핑크는 패션 스타일에서 누구보다 빼어나다. 4명의 멤버 모두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Ambassador·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니는 샤넬의 하우스 앰배서더다. 샤넬 글로벌 마케팅의 얼굴이라는 뜻이다. 2년 전엔 샤넬 코리아 뮤즈였다. 그러나 무대 위와 일상에서 샤넬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하우스 앰배서더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과 10월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 초대된 그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페넬로페 크루스 등 할리우드 톱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팬들은 그에게 ‘인간 샤넬’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디올 뷰티의 로컬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향수, 화장품 등 디올의 뷰티 라인을 홍보한다. 4명 중 가장 귀여우면서도 우아한 이미지가 디올의 브랜드 콘셉트와 맞았다는 평가다. 지수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지수가) 예쁘고 멋지지만 또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의상과 메이크업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한다”고 칭찬했다.

로제는 최근 생로랑의 글로벌 앰배서더가 됐다. 생로랑 역시 프랑스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 중 하나다. 로제는 지난해 9월 파리에서 열린 생로랑 패션쇼에 이어 올해 초에도 초대를 받아 런웨이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 로제에게 1년간 구애의 손길을 뻗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서니 바카렐로는 ‘하우 유 라이크 댓’이 선풍적 인기를 얻자 로제가 글로벌 앰배서더에 위촉된 사실을 공개했다. 패션 매거진 W는 “로제가 생로랑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고, 호주의 패션잡지 러시(Russh)는 “(로제는) 그림이 완벽한 생로랑의 소녀다. 그는 옆집 소녀면서 동시에 화려한 록쇼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리사는 셀린의 앰배서더다. 외국인 멤버고 4명 중 가장 어리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셀린에서 브랜드의 개혁에 힘써온 에디 슬리먼 디자이너는 리사의 밝고 과감한 이미지가 브랜드에 맞는다고 판단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블랙핑크는 어떻게 샤넬, 디올, 생로랑, 셀린의 선택을 받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016년 블랙핑크가 처음 나왔을 때 수많은 신인 그룹 중에서 유독 눈에 띈 이유는 바로 그들의 흠잡을 데 없는 스타일링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하우 유 라이크 댓’의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한복 패션 또한 눈길을 끌었다. 전통 의상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화제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번 곡이 강렬한 힙합인 만큼 그런 느낌이 나는 의상을 준비했다. 어느 특정 콘셉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멤버 개인의 매력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 유창한 영어와 블링크

멤버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탁월하다. 방탄소년단에선 리더 RM이 유창한 영어로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지만 블랙핑크는 4명 중 3명이 원어민과 다름없는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수를 제외한 3명이 모두 해외파다. 제니는 뉴질랜드에서 유학했고, 로제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다. 리사는 태국 출신으로 영어, 한국어, 태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이들은 미국 NBC ‘지미 팰런쇼’나 ABC 아침방송에 출연해 자유롭게 인터뷰했다. 능숙한 영어로 해외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팬덤의 충성도도 높다. 방탄소년단이 아미(Army)라는 팬덤으로 더욱 크게 뻗어 나갔던 것처럼 블랙핑크는 ‘블링크(Blink)’라는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SNS상에서는 블링크가 아미를 위협할 정도다. 제니의 팔로어 수는 2860만 명, 지수와 로제는 각 2440만 명과 2570만 명이다. 리사는 무려 3510만 명에 달한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이 역대 유튜브 최단 기간인 32시간 만에 1억 뷰를 돌파한 것도 종전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37시간 37분)를 제친 것이었다.

◇음악 스타일 : YG 힙합과 개별 아이덴티티의 결합

그러나 역시 음악적 스타일을 빼놓을 수 없다. 블랙핑크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힙합 장르에 기반한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의 가사와 댄스가 보여주듯 탄산음료처럼 도발적이면서 강렬하다. 랩은 빠르고, 댄스는 고난도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빅뱅, 2NE1부터 이어온 YG 스타일을 자신들의 색깔로 다시 빚어내고 있다.

제니와 리사는 랩, 지수와 로제는 주로 보컬을 담당한다. ‘분업화’에선 여느 그룹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이 구별되는 점은 음색과 상호보완적 역할에 있다. 도입부를 담당하는 제니의 랩은 뭔가 귀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리사의 화려한 랩과 댄스는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그리고 지수와 로제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풍부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노랫말도 직설적이다. 기존의 클리셰 같은 수동적 서사는 아예 배제한다. ‘여성들이여, 자신을 사랑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두 번 생각해/흔한 남들처럼 착한 척은 못 하니까/착각하지 마/쉽게 웃어주는 건 날 위한 거야(‘뚜두뚜두’)”라고 당당히 외친다. “나 어떡해 나약한 날 견딜 수 없어/애써 눈물을 감춘 채/사랑의 숨통을 끊어야겠어∼ 렛츠 킬 디스 러브(‘킬 디스 러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품질의 뮤직비디오도 블랙핑크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이 유튜브에서 기네스월드레코드를 5개나 세운 것은 뮤직비디오의 힘이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 지드래곤의 ‘쿠데타’ 등을 만들었던 서현승 감독이 연출했다. 걸그룹의 전형성을 깨는 강렬함과 화려함으로 블랙핑크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윤하 평론가는 “(‘하우 유 라이크 댓’은) 기본적으로 빅뱅과 2NE1으로 대표되는 YG 스타일의 연장선에 놓인 곡이지만 블랙핑크 개별 멤버의 아이덴티티와 매력이 더해지며 더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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