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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실련은 왜?…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맹폭`

이윤식 기자
입력 : 
2020-07-04 10:01:01
수정 : 
2020-07-05 10: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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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7건 자료 발표하며 정책실패 꼬집어
`文정부 3년 서울APT 52% 상승` 발표 결정타
국토부는 14% 올랐다고 반박했다가 비난 홍수
靑고위직 12명 다주택자 알려져 여론 악화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 정책결정을 돕는 역할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하겠다고 하는데 자기들은 반대로 가는듯한 행태를 보이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양홍석 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변호사)은 최근 매일경제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민심이 들끓는 이유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올초 여당이 밀어붙인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의견이 맞지 않는다며 참여연대 소장직을 내려놔 소신파 활동가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부동산 관련 특단대책을 논의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들은 이달까지 1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매각하라"는 권고를 다시 내렸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다주택자들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지시했지만 본인은 2주택자 신분(서초구, 청주시)를 유지하다 이번에 청주 아파트 1채를 팔기로 했다.

이 같은 청와대와 정부의 '극약처방'이 나온데에는 최근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실련은 최근 한달새 17건가량의 정부 부동산(주택)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을 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경실련은 시종일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철학이 없다"면서 청와대·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을 꼬집었다.

경실련은 21대 국회가 막 출범한 지난달 4일에는 국회의원 당선자에 부동산 내역을 공개했다. 당선자 300명중 88명이 2주택 보유자 이상의 다주택자라는 결과였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시 구청장 25명 중 6명이 다주택자고, 지난 1일에는 서울시의회 의원 110명 중 34명이 다주택자라는 조사내역을 공개했다. 이 세곳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 비판성이 짙은 분석이었다. 국회의원은 300명 중 176명(국회의장 제외), 서울지역 구청장 25명 중 24명, 서울시 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6·17부동산대책이 나온 지난달에는 "용산과 잠실개발, 삼성동 특혜발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집값을 올린)몸통"이라면서 "서울 집값 50% 올려놓은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한 4인방 즉시 교체하고 관료들을 경질하라"는 날선 비판을 내놨다.

결정타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 52%'이라는 분석결과였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를 바탕으로 2017년5월에서 2020년5월까지 3년사이 서울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635만원에서 9억2013만원으로 3억여원 가까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명박정부(3% 하락), 박근혜정부(29% 상승)에 비해 오름폭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때부터 정부와 본격적인 논박이 시작됐다. 하루뒤 국토부가 "3년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14.2%"라고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 산하기관격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근거로 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경실련은 다시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국토부는 가짜뉴스를 만들지 말고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3년간 14% 인상'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감정원의 '지역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에서도 서울 아파트 지수값이 2017년 5월 93.8에서 2020년 3월 136.3으로 42.5% 상승한 것을 또 다른 반박근거로 댔다.

경실련은 지난 1일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6월 공개된 자료로 분석한 결과 비서관급(1급)이상 전·현직 청와대 고위공직자 64명 중 8명이 수도권에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고, 지방을 포함해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10명이 있다는 결과였다. 실제로 지난 2일 청와대는 1급이상 참모 중 12명이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노 실장이 먼저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하면서 다른 다주택 참모들에 대해서도 1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했지만 경실련은 정부·청와대에 대한 비판을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발표가 있었지만 경실련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더 알맹이가 몽땅 빠진 부동산대책 말로만 지시하지 말고, 청와대 다주택 참모와 장관부터 즉각 교체해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3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3일에도 "지금까지 21번의 투기조장책을 남발해 온 홍남기 부총리,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미 장관에게서는 서민을 위한 근본적인 집값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며 "불로소득 주도성장은 국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데 반성하기는커녕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장관들부터 전면교체해야 진정 집값 잡을 수 있는 근본대책도 제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의 이같은 질주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실련은 오는 7일에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다주택 민주당 의원들의 주택 처분을 촉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가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제안한 총선 후보자들의 '거주목적 외 주택의 처분서약'을 지키라는 취지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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