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재인' 앞장섰던 박지원, 문재인 정부에 중용

이지혜 2020. 7. 3. 21: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일 청와대의 외교·안보 인선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국정원장 인사였다.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매일 아침 공개적으로 비난해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야박하게 굴었던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중용된 것은 모두의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총선 직전 광주를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으나 호남은 총 28석 중 25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주며 좌절감을 안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때 '호남 홀대론' '친문패권주의' 불 지폈지만
'햇볕론' 계승 의지, 풍부한 대북 경험 평가받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박 "충성을 다할 것"
3일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박지원 전 민생당 국회의원이 여의도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일 청와대의 외교·안보 인선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국정원장 인사였다.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매일 아침 공개적으로 비난해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야박하게 굴었던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중용된 것은 모두의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 간 ‘구원’의 역사는 참여정부 때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의 몰표를 받아 집권했지만 김대중 정권 시절 벌어진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했고, 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 후보자는 검찰수사에 휘말려 옥살이를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대세론’을 앞세운 문 대통령과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는 박 후보자가 대표직을 놓고 격돌했다.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한 가운데, 박 후보자는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 ‘친문 패권주의’를 내세워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3.5%포인트 아슬아슬한 차이로 문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미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후였다.

이때 문 대통령에게 각인된 ‘호남 트라우마’는 좀처럼 털어내기 어려운 상처였다. 박 후보자가 불 지핀 ‘호남 홀대론’은 반문(재인)정서를 타고 일파만파 번지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분열시켰다. 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에 입당해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총선 직전 광주를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으나 호남은 총 28석 중 25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주며 좌절감을 안겼다.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였던 박 후보자는 오전 공개회의 때마다 문재인 때리기에 앞장섰으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우호적 태도로 급선회했다.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10일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은 굿모닝입니다”라며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축하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론’을 계승한 그는 험난한 남북관계의 격랑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잃지 않은 문 대통령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국정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이날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에게 ‘충성’을 약속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며 “앞으로 내 입에서는 정치의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랜 악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기용한 것은 험악해진 남북관계 돌파를 위한 강한 의지와 절박함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자는 20년 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청와대로 외교·안보 원로들을 불러 조언을 들은 자리에도 박 후보자를 초대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