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이 위기를 겪는 진짜 원인
[오마이뉴스 황경민 기자]
▲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 SBS |
때로 사람들은 '장사나 할까'라고 농담조로 말하는데 그만큼 장사에 대해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실 어렵게만 보이는 비즈니스니, 사업이니 하는 거창한 말들도 장사를 그저 크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땅에 좌판을 벌여놓고 그럴싸한 물건이나 음식을 진열해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사갈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장사에 뛰어드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실로 <골목식당>에서도 아마 솔루션이 없다면 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가게는 거의 매 회 등장했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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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지키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다. 우선 그들은 특색을 만드는데, 그 특색이란 음식의 맛도 있지만 매장의 분위기, 서비스와 같은 총체적 요소를 포함한다. 그런 요소들이 갖춰지면 자신만의 브랜드가 생기고, 탄탄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영업장을 확장하면 거대한 기업이 탄생하곤 한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브랜드를 갖추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쨌든 시장은 유행을 타고, 소비자는 언제나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식품회사 네슬레는 디지털촉진팀(DAT, Digital Acceleration Team)을 만들어 650여 개에 달하는 SNS를 감시하고 일정 이상의 부정적 표현 게시물이 올라오면 '코드 레드'를 발령한다. 그리고 나아가 치명적인 불만 사항에 관해서는 드러나자마자 CEO가 직접 답변을 다는 경우도 있다.
<골목식당>에서도 종종 계절 특집으로 이전에 솔루션했던 가게를 방문해서 SNS 반응을 살핀 뒤 음식의 품질이나 위생 상태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 나온다.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솔루션을 통해 가게가 맛집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골목식당>이라는 브랜드 가치로 묶인 가게들이 꾸준한 완결성을 유지하게끔 해서 고객들이 언제나 일정 수준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함이다.
▲ 울산 중구 학성동 인근의 폐업 공지가 붙은 가게 |
ⓒ 황경민 |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10여 년 간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꾸준히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또 창업이 이어지지만 3년을 버티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상황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할 뿐, 실은 자영업의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역세권에 이어 '편세권'을 찾는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스타벅스'가 있는지 검색한다. 공들여 맛집을 찾는 일은 관두고 '배달의 민족'을 이용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충족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하지만 지역 상점들의 들쭉날쭉한 요소는 상권을 형성한 모든 가게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런 점에서 전통시장은 지역 상권의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L 씨는 집 주변 전통시장에 대해 "소매점이든 식당이든 아무래도 마트보다 청결하지 않은 것 같고, 나이 드신 할머니들은 카드 단말기가 없으니 현금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원산지 표기가 잘 안돼 있거나 양이 들쭉날쭉해서 1인 가구 시대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군집한 지역 상점의 대표 격인 전통시장은 그 명맥을 잇는 일로 20년 전부터 갈등이 불거져왔지만 냉정하게 보면 전통시장은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몇몇의 우수한 가게가 성업 중에 있더라도 주변 가게가 불량 상품을 팔거나 엉망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시장 전체의 이미지가 되고 만다.
실제로 필자 역시 수년 전 한 전통 시장에서 두부를 구매했다가 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 막 기온이 오르던 터에 비닐 막으로 대충 덮어놓은 두부판이 의심되었지만 그래도 믿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두 번 다시 그 시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시장에 인접한 상점에 방문할 일도 없어졌다.
전통시장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은 막 장사에 뛰어든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시장도 생업의 터전을 떠나 소비자가 소비재를 소모하기 위해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 내부 가게 모습 |
ⓒ 황경민 |
▲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 내부 가게 모습 |
ⓒ 황경민 |
지역 상권에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 중심지인 것만큼이나 관광지로도 유명해진 까닭은 철저한 도시 계획과 유지가 있었던 덕분이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도 다르지 않다. 무작정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욱여넣을 것이 아니라, 그곳에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끔 유인을 놓는 게 더 중요하다.
▲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 |
예컨대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거리는 인공수로를 기반으로 특색 있는 상권을 꾸준히 발전시켜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지가 되었다. 아마도 지역 상권이 새로운 형태의 소비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고객들을 유치하고자 한다면, 이 같은 연계를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태화시장은, 바로 앞에 얼마 전에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이 있다. 물론 이곳에는 공원 도로를 따라 먹거리 골목이 형성되어 있지만, 태화시장과 같은 전통시장과 연계하면 마치 도톤보리 거리처럼 대형 복합 쇼핑몰이 따라올 수 없는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 SBS |
<골목식당>을 만들어가는 힘
<골목식당>이 솔루션 가게에 인근의 관광지나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으로는 관광의 기본 요소인 볼거리와 먹거리의 충족을 통해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불황을 면치 못하겠지만, 일단 '찾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면 상황 종료 후 불황의 회복 속도는 훨씬 빨라지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시도에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골목식당>에서는 백종원 대표와 제작진이 협업하여 컨설팅과 마케팅 측면을 일사천리로 해결하지만, 지역 상권에 이 같은 일을 해결해줄 구심점은 각 지자체와 관련 공공기관뿐이다. 현재 공공기관들은 당장의 문제를 땜질하는 형식의 일회성 사업을 반복하고 있으나 실은 중장기적 관점으로 전략을 세워 일종의 '상권 모내기'를 해야 한다.
환경 정비와 위생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를 관리 감독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상점의 품질 관리와 거리 특성에 맞춘 상점들의 통일적 요소를 가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어떤 목표를 전체적으로 관망하며 조율할 중심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걸 어떻게 이뤄야 할지는 이 지면에 더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지역 상점과 관련한 담론의 장이 활발히 열린다면 그저 지역상품권을 푸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들이 쏟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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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황경민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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