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의 황제' 다이아의 눈물..코로나19에 세계 96조원 산업 빨간불

권재희 2020. 6. 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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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가격지수, 10년래 최저치

'빅2' 기업마저 1분기 순익 급감

단골 끊기고 생산량 축소까지

생산·가공·유통 등 전 영역에서 공급망 붕괴

생산업체 밀어내기할 경우 가격 더 떨어질 듯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보석의 황제' 다이아몬드가 굴욕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부진과 미ㆍ중 무역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공급망 사슬도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800억달러(약 96조원) 규모의 전 세계 다이아몬드 산업의 위기 신호는 관련 기업의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다이아몬드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러시아 알로사의 올 1분기 순이익은 90% 급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로모노소프 광산의 생산량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알로사는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다이아코어를 비롯한 장기 고객 5곳과의 거래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드비어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을 5% 인하한 데 이어 올해 다이아몬드 생산량을 최대 26%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다이아몬드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통제해온 드비어스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리처드 해치 애널리스트는 "이는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 다이아몬드 가격지수 정보업체인 인덱스온라인에 따르면 지난 3월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116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월 118로 소폭 올랐지만 하락 추세와 비교하면 거의 반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이아몬드 업계의 위기는 수요 감소와 전염병 사태가 겹치면서 더욱 깊어졌다. 다이아몬드는 부유층 사이에서 증여나 상속 목적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금이나 달러화에 비해 가격변동성이 크고 거래가 까다로워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아몬드의 1·2위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도 다이아몬드 수요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의 40%를 차지하는 홍콩의 정치적 상황도 다이아몬드 산업을 위축시켰다. 여기에 중국의 반부패운동, 전 세계적인 결혼 기피현상, 인조 다이아몬드시장의 급성장도 다이아몬드시장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전 세계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광산부터 가공업체, 소매상에 이르는 물류체계가 올스톱된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다이아몬드 절삭ㆍ가공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중간 공급망 인도의 조업 차질이 위기를 부추겼다. 인도는 드비어스, 알로사 등으로부터 다이아몬드를 대규모로 들여와 가공한 뒤 홍콩·중국·미국 등에 공급해오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다이아몬드 가공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인도 구자라트의 관련 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약 800억루피(약 1조3304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라트가 인도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달한다. 코로나19발 다이아몬드 산업 타격이 지역뿐 아니라 나라 경제에까지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공업체 조업 중단은 보석소매상의 줄폐쇄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유통업체인 시그넷주얼러스는 "미국과 영국 전체 점포의 10% 이상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그넷주얼러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51% 떨어졌다.

비관적 전망에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 인수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VMH는 지난해 11월 그룹 역사상 최대인 162억달러(약 19조원)에 티파니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다이아몬드 수요가 직격탄을 맞자 재협상 추진설에 힘이 실린다.

다이아몬드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브루스 클레버 드비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마케팅 예산으로 10년 만에 최대 규모인 1억8000만달러(약 2168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다이아몬드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이아몬드업계 전문가인 폴 지민스키는 "올해 들어서만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약 20% 떨어졌다"며 "드비어스와 알로사 같은 대형 업체들이 밀어내기에 나서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다이아몬드의 대규모 집산지인 벨기에 앤트워프 등에서 소규모 업체들이 25% 할인한 가격으로 유통에 나서는 등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재고량은 최근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어치에 달하며 연말에는 45억달러(약 5조4000억원)어치에 이를 전망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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