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틱톡·위챗 등 중국 앱 사용 금지.."국가 안보 위협"

틱톡·위챗·클래시오브킹즈 등 59개 앱 사용 금지
인도 정부 "사이버 공간의 안전과 주권 위한 조처"
현지 매체, 고조되는 반중정서의 결과라고 분석

인도에서 사용이 금지된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 틱톡의 로고./AP연합뉴스

[서울경제] 인도 정부가 틱톡·위챗 등 59개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을 금지했다. 히말라야산맥 국경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몽둥이 격투’를 벌인 이후 인도 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크게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인도 사이버 공간의 안전과 주권을 보장하려는 조치”라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도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 틱톡과 중국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게임 클래시오브킹즈 등 59개 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조치의 실질적 배경에는 국경 분쟁에서 비롯한 인도 내 반중 정서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히말라야 산맥 국경에서 중국군과 충돌한 뒤 인도군 20여 명이 사망하자 인도에서는 반중 정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사망한 인도군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며 중국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의 인도 영업점은 간판을 가리고 영업하는 실정이다.

인도의 반중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간) 서부 구자라트 주 최대의 도시인 아메다바드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꼭두각시와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중국과 국경 무력 충돌로 인해 인도 내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인도 국민은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도 금융서비스업체인 IIFL그룹의 니르말 자인 회장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중국의 사이버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경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도 경영컨설턴트기업인 레드시어컨설팅의 아닐 쿠마르 기술 부문 책임자는 “중국 앱 중 일부는 상업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어디를 가는지 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이번 조처로 중국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 13억5,000만명의 대국 인도는 디지털 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통신은 인도에만 1억2,000만명의 틱톡 사용자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번 금지조치가 이미 인도 이용자들의 휴대폰에 깔린 앱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국경 충돌 후 인도가 내놓은 적대적인 대중(對中)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도 정부는 국영통신사 BSNL의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나 ZTE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8일 인도 철도부 관계사인 DFCCIL은 중국 업체가 진행하던 47억루피(약 746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파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