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부모 퇴출시켰다..어중이떠중이 없앤 '돌봄앱 역발상'

심서현 2020. 6.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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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돌봄교사를 연결하는 스타트업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 사진 째깍악어


국내 보육 시장은 일종의 ‘레몬 마켓’(정보 부족과 낮은 신뢰도로 저품질 재화가 유통되는 시장)이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는 보육 품질을 알 수 없기에, 선뜻 좋은 값을 안 쳐 준다. 교사 입장에선 양질의 돌봄을 제공해도 마땅한 보상이 없고 ‘진상 부모’를 만날 위험도 있다. 아무나 들어오지만 아무도 만족 못 하기 일쑤다.

‘아무나 못 한다’는 역발상으로 이런 시장을 바꾸는 업체가 있다. 부모와 돌봄 교사를 연결하는 모바일 앱 ‘째깍악어’다. 교사 지원자는 범죄이력·자격증·인적성검사로 걸러내고, 무례한 부모는 퇴출한다. 그랬더니 부모·교사 회원 10만 명이 등록했다. 한 번 써본 부모 회원의 60%가 다시 찾았다.

“진입 장벽을 높여야 양쪽 다 만족한다”는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Q : 누가 돌봄 교사를 하나?
A : “대학생,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 특기교사(영어·태권도 등)가 지원하며 8가지 검증을 거친다. 신원과 자격증, 범죄 이력을 조회하며 인적성 검사와 교육, 모의 돌봄 면접, 동영상 프로필 촬영도 한다. 3만 3000명 누적 지원자 중 3000명이 검증된 악어선생님으로 활동한다.”

Q : 까다로운데 지원을 하나?
A : “이른바 ‘어중이떠중이’와 구분되니까 도리어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4가지가 없다. 첫째, 강제 배정이 없다. 교사는 자신이 수락한 돌봄 약속만 잘 지키면 된다. 둘째, 휴업 불이익이 없다. 보육교사 중에는 방학에 자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이들도 있다. ‘정말 7, 8월에 일 안 해도 9월에 일 주냐’ 물으시는데 아무 영향 없다. 셋째, 갑질 안 참는다. 부모가 무례할 경우 회사에 말씀하시면 바로 조치한다. 마지막으로, 교재 영업이 없다. ‘이거 하다가 교재 파는 거냐?’고 묻는 선생님들 간혹 계시는데, 돌봄만 하면 된다.”
부모가 앱으로 결제한 비용 중 수수료가 회사의 매출이다. 하지만 회사는 부모 회원도 제재한다. 악어샘에게 막말이나 직거래 요구, 아이 앞에서 감시하는 행동 등을 하면 연락해 고쳐달라 하고, 반복되면 이용을 제한한다.

Q : 돈 내는 부모에게 싫은 소리 하기 어렵겠다.
A : “그래도 해야 한다. 선생님을 보호해야 더 많은 사람이 하려고 하고, 검증해 질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봄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의 영아 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 여성가족부에서 찾아와 ‘돌봄교사 어떻게 관리하냐’ 묻더라. ‘소수의 진상 부모를 걸러내야 교사 질이 높아진다’고 답해줬다.”

Q : 부모들의 반응은?
A : “절반 정도는 ‘몰랐다, 미안하다’ 한다. ‘회사가 악어샘을 존중한다’고 좋게 생각하는 반응도 많다. 게다가 아이들이 안다. ‘저 사람은 우리 엄마가 돈 주고 불렀어’라고 서열이 생기면 돌봄도 교육도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회사는 6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지스자산운용, 메가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캐피탈원,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옐로우독 등이 투자했다. 2016년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은 80억 원.

Q : 코로나19 영향은 없나
A : “원격 수업을 보조하는 패키지를 만들었더니, 정기 방문 수요가 도리어 늘었다. 단골이 늘어나 한 가정당 이용 금액이 33% 증가했다.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Q : 인기 악어샘은 돈을 더 받나?
A : “부모가 내는 돌봄 비용은 같지만, 회사가 수수료를 덜 받는다. 부모의 만족도, 총 돌봄 시간, 가정 재방문율 등 성과를 측정해 보상하는 체계다. 상위 2% 선생님은 하루 평균 5.1시간 돌봄을 한다.”

Q : 일종의 플랫폼 사업인데.
A : “플랫폼이 ‘일감 연결’에 그쳐선 안 된다. 악어샘들 사연 듣고 조언하고 해결하는 게 회사의 주요 업무다. 그런데 플랫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가 좀 부족한 거 같다. ‘그냥 앱 만들면 되는 거 아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김 대표는 국내외 기업 마케터로 일하다 창업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자, 째깍악어의 단골이다. 김 대표는 “10년 넘게 ‘이모님’께 살림과 육아를 맡겼지만, 신분증 보여달란 얘기 한 번 못 했다”며 “깜깜이인 이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회사 서비스 지역은 서울·인천·경기다.

째깍악어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연 놀이터 '째깍섬'. 사진 째깍악어

Q : 검증이 까다로우면 확장이 어렵지 않나?
A : “놀이 콘텐트와 돌봄 문화로, 깊은 확장을 하려고 한다. 꼭 가정 방문이 아니어도 악어샘과 콘텐트가 있는 곳에서 돌봄이 이뤄진다. 돌봄을 사내 복지로 제공하려는 기업과 연계도 한다. 지난 1월 서울 잠실에 놀이터 ‘째깍섬’을 연 것도 그래서다. 우리 아이가 처음 본 선생님과 이렇게 잘 놀 수 있구나, 부모들이 체험하고 놀이 방법도 배워간다.”

Q : 째깍악어의 업을 정의한다면
A : “이모님 시장을 대체할 생각은 없다. 주 양육자의 숨통을 틔우는 2차, 3차 방어선 역할을 하고, 돌봄 시장의 감정 노동과 검증 작업을 대신하고 싶다.”

Q : 저출생이 국가적 화두인데
A : “정부가 출생과 보육에 예산을 많이 쓰는데, 좀 더 디테일을 갖췄으면 한다. 예를 들어, 무상보육을 하지만 이사를 하거나 해서 어린이집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돌봄 절벽이 생긴다. 이런 경우 민간업체와 연계해 일부 바우처 지원을 해서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이후 지급한 아이돌봄포인트와 긴급재난지원금도 우리 같은 모바일 앱 기반의 스타트업에서 사용할 수 없어 아쉽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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